[기고칼럼] 사람중심 경제성장 ‘노동시장의 정상화’부터
[기고칼럼] 사람중심 경제성장 ‘노동시장의 정상화’부터
  • 신아일보
  • 승인 2017.09.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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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일자리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역대 정권에서도 일자리 창출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였지만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해 있는 비정상성 때문에 유독 문재인 정부에서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를 반영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번째 업무로 일자리위원회의 설치를 지시했고, 지난 7월20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사람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제로 가져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와 달리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한 경제정책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 사례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여 상시적이거나 지속적인 업무는 계약직이든 용역이든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 약 33% 가량인 645만여 명에 이른다. 여성이 55%로 남성보다 많고, 연령대별로는 전체 비정규직의 65%가 청년 및 고령자에 집중돼 있다.

실제 비정규직은 이보다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일수록 비정규직으로 일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약 12%밖에 되지 않아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비정상성은 비정규직의 규모 자체가 아닌 정규직과의 차별에 있다.

2001년 통계청에서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를 실시한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직무에 따른 보상시스템이 발달해 있지 않은 우리의 상황에서 정규직의 임금은 호봉에 따라 계속 올라가지만 비정규직은 업무와 무관하게 언제나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다.

사회적 보호도 여전히 차별적이다.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90% 이상이지만,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40%가 채 안 된다.

전일제 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은 정규직과 비교했을때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힘들고 어려운 일일수록 비정규직의 업무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지만 비정규직의 권리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노동조합 가입도 자유롭지 못하다.

비정규직의 삶은 현대판 노예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해도 사실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정상성의 재앙은 노동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차별이 우리 사회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으며 성장을 가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과 미래의 성장 동력인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해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일자리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과거 10여 년 동안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한국경제를 끌어올릴 힘은 양질의 일자리에 있다.

정부는 정규직 중심의 일자리를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여해야 하며, 기업들도 인재확보를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 필요하다면 정규직 노동조합도 양보와 협조를 통해 왜곡된 노동시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