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탄에 잘 차려진 정치밥상
[기자수첩] 동탄에 잘 차려진 정치밥상
  • 강송수 기자
  • 승인 2017.09.1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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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동탄에는 정치인들의 사전 유세의 장이 섰다. 이해 관계가 있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너도나도 표밭이라는 밥상 위에 자기 수저를 얹기 바쁘다.

잘 차려진 ‘동탄 에듀밸리 부영 아파트’ 사태는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뒤 5개월 동안 무려 8만 건이 넘는 하자신고가 접수됐으며, 입주민들은 하자보수 처리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이었다.

입주민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나 제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남경필 경기지사가 가장 먼서 하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어 채인석 화성시장이 동행을 했고, 주승용 의원을 비롯해 이원욱 의원, 정동영 의원 등 이제는 일명 ‘부영방지법’을 내놓는다고 한다.

그런데 상당수의 입주민들은 처음의 강경한 모습과는 다르게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처음에는 관심을 가져주고 해결해 줄 것만 같았던 정치인들의 관심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

논란이 된 이상 부영 측에서도 대표이사가 아파트 단지에 상주하면서 입주민들과 계속 협의하고 있고, 더불어 A/S 전문업체 2곳을 추가로 지정해 하자 보수에 신경을 쓴다고 하니 나름의 해결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번갈아 가며 여기저기서 이슈화를 시켜대니 입주민들 역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살 집이 정치권의 핫한 키워드로 적용되어 결국엔 내집이 집값은 집값대로 내려가고, 부실아파트라는 주홍글씨가 함께 각인되어 입주민들만 손해를 보고, 정치인만 표심을 잡게 되어 전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가하는 우려 섞인 얘기들이 나온다.

한 입주민은 “태초에 입주민과 시공사의 원만한 해결이 목적이었으면 SNS에 공개적으로 부영 아파트 하자를 올리는 등 정치적 행보는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내년 선거를 위해 다양한 기반을 닦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부영아파트 문제로 내년 지방 선거운동의 일환이 된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사실상 정치인들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치인들은 이제 다른 이들이 차려 놓은 밥상에 무임승차하는 전형적인 포플리즘적 정치행보를 접고, 부영과 입주민들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이 현 시점에서의 참다운 정치인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신아일보] 강송수 기자 ssk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