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결국 '사퇴'… 갈림길에 선 바른정당
이혜훈, 결국 '사퇴'… 갈림길에 선 바른정당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9.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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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 대표직 후보군에 관심 집중
당 안팎에선 다양한 목소리 존재, 대표직 선출 놓고 복잡기류 형성될 듯

▲ 생각에 잠긴 이혜훈 바른정당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저는 오늘 바른정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전체회의에서 언급한 발언이다.

이 대표는 "안보와 민생의 심각한 이중 위기 국면에서 야당대표로 막중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했던 저의 불찰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이같이 밝힌 데는  '금품수수 의혹'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선 이 대표가 한 사업가로부터 명품 의류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대표가 73일만에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부정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은 조만간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며 "대표직을 놓고 그동안 고심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계속해서 "당이 한시라도 빨리 추스려 전진해야 되기 때문에 새로운 체제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받아들여서 더 깊이 고심했다"며 "거짓 주장이 바른정당의 가치 정치를 훼손하고 바른정당의 전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중요한 시기에 많은 숙제만 남겨놓은 채 대표직 떠나게 되서 국민들과 당원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 개인의 부족함 꾸짖어주시되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호소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사퇴하자 정치권에선 바른정당이 갈림길에 선 것과 다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자강론자' 이 대표의 퇴진으로 자강 노선이 수면 아래로 들어간 반면, 물밑에서 꾸진히 제기된 보수대통합이 고개를 드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 다음으로 바른정당 지휘봉을 누가 잡느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 이 대표 후임자로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두 의원은 전 정부 때 여당 지도부 투톱으로 활약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은 '통합론자'의 성격을, 유 의원은 '자강론자'의 성격을 띄고 있다.

또 두 의원은 당내에서 전국적 인지도가 가장 두터운 것으로 정평이 났다. 그래선지 당 안팎에선 '비상상황'을 직면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두 의원이 전면에 나서서 당을 구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안팎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전면에 나설 생각이 없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나는 뒤에서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같은날 진행된 당 의원들과 오찬 자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 안팎에선 한국당이 아닌,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에 힘을 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당내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을 감안할 때, 차기 당대표 선출을 둘러싼 당내 기류가 매우 복잡하게 얽힐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추측이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