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과당경쟁에 등터지는 소비자
[기자수첩] 은행권 과당경쟁에 등터지는 소비자
  • 이한별 기자
  • 승인 2017.09.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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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과당경쟁에 애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4일 송원섭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금융공공성 강화 및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토론회'에서 "은행업계 지주회사체제 하에서 은행별·지점별·개인별 실적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과당경쟁을 언급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금융노조가 은행 직원 3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7%가 '소비자의 이익보다 KPI(핵심평가지표) 실적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KPI는 금융업계 은행원들의 성과를 좌지우지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은행에서는 수익을 거두기 위해 KPI 지표를 활용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KPI 달성을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은행권 과당경쟁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예금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고액 예금 고객에 우대 금리 등을 제공하며 사실상 마진을 남기지 않는 반면 일반 고객에게서 일반 금리 적용(高 MARGIN)고 금융노조는 지적했다.

이 같은 소비자 피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은행들이 성과를 위해 불도저식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를 밀어붙이며 상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소개하는 등의 불완전판매가 기승을 부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금융사별 ISA 가입 현황자료에 따르면 3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가 은행으로부터 투자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련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자체 조사를 통해 자정하는 것이 아닌 한 발 물러나 관망만 하고 있다.

성과주의가 팽배한 은행권의 과당경쟁에 애먼 소비자 피해가 나타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금융당국이 방관자가 아닌 감시자로서 은행권 과당경쟁을 억제할 방침을 내놓아야 할 때다.

[신아일보] 이한별 기자 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