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 넘은 청소년 범죄, 악법된 '소년법'
[기자수첩] 도 넘은 청소년 범죄, 악법된 '소년법'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9.0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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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체구로 흐릿한 화면 속에서도 앳돼 보이는 여학생 여럿이 한 여학생을 소주병, 의자 등으로 1시간 넘게 폭행한다.

한 가해 여학생은 피투성이가 된 피해 여학생의 무릎을 꿇린 채 마치 '인증샷'이라도 남기려는 듯 사진을 찍어 다른 선배에게 아무렇지 않게 전송하고 태연하게 "살인미수래", "들어갈 것 같아?"라고 묻는다.

가해 여중생들은 이후 사안이 커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자수했지만,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 사진은 삭제한 뒤였다. 증거인멸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경찰은 이들을 한 시간 반 만에 부모에게 인계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사건의 피해 학생 어머니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가해 학생들은 "살인미수니까 더 때리자"라는 대화를 주고받기까지 했다.

청소년들이 벌인 짓이라기엔 믿기지 않는 이 참혹한 사건은 일반재판부가 아닌 소년재판부에서 다루게 된다.

그런데 현행 소년법 등은 만 14세 미만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경우에도 양형에 있어 미성년자임을 고려하도록 한다.

설사 사형이나 무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하더라도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이었다면 15년 이상을 내릴 수 없다.

이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홈페이지는 청소년 처벌을 강화하자는 청원이 쇄도하는 바람에 한때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 청원과 제안' 코너에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면서 소년법 개정을 주장하는 청원 글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에는 5일 정오 12시 기준 11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참여했다.

사실 소년법에 대한 논란은 얼마 전 국민적 공분을 산 인천 8세 초등학생 여자아이 살인사건 때에도 불거졌으며, 그 이전의 여러 사건에서도 종종 논란이 된 바 있다.

소년법의 취지가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곤 하지만, 미성숙한 아이에게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일종의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충동적이고 우발적이기 쉬운 10대 때 한 순간 저지른 잘못으로 평생을 '범죄자'로 낙인찍혀 살게 할 수도, 그렇다고 피해자가 평생 받게 될 상처와 고통을 외면할 수도 없는 양면성을 생각해 보면 소년법의 폐지나 개정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의 의식 성장이 빨라진 것은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서 법 역시 변해야 한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소년법에 대한 검토는 어른들이 꼭 해결해야 할 숙제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이자, 나라의 근본이라는 말이 있다.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한 전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