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평화는 전쟁을 준비하고 각오할 때 지켜지는 것
[신아세평] 평화는 전쟁을 준비하고 각오할 때 지켜지는 것
  • 신아일보
  • 승인 2017.09.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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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시장경제포럼 대표(정치학박사)
 

지난 달 15일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 라자크의 판공호수 인근 인도-중국 국경 지역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의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익히 알려진바 대로 인도와 중국은 핵보유 국가일 뿐 아니라 막강한 재래식 군사력을 갖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경 분쟁에서 양국군이 충돌한 방식은 원시시대에나 있음직한 돌팔매질과 멱살잡이 등 몸싸움이었다. 물론 그들은 국경 수비대이니만큼 적어도 개인화기 정도는 소지하고 있었을 텐데, 왜 가장 원시적인 돌팔매질과 멱살잡이의 충돌 정도로 끝났을까 하는 의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양국이 최후의 전쟁 수단이라 할 수 있는 핵보유국이라는 점이 아닐까 한다. 즉 서로가 대량살상 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으로 해서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하한 무기의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였을 것이다.

기어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얼마 전부터 함경북도 풍계리 핵 실험장을 중심으로 핵실험 징후가 보인다는 첩보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지만 이번 6차 핵실험은 그 차원이 전혀 다른 규모였다. 우선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인공지진 진도 측정치를 보더라도 5.7에서 6.4까지 관측되었다. 이 정도의 진도를 발생하는 핵실험이라면 적어도 100~200kt 규모로, 기존의 원자폭탄 실험이 아닌 수소폭탄 실험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북한 측도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만일 북한 측 발표대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였다면 차후 핵실험은 더 이상 불필요할 정도로 이미 핵 수준이 완성단계에 올랐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이를 두고 우리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수소폭탄이 아닌 수소폭탄 직전 단계인 증폭 핵분열 탄에 불과하다는 등, 아직 ICBM에 탑재할 정도는 아니어서 레드라인을 넘어서지 않았다는 등의 해석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레드 라인은 무엇인가? 바로 북한이 핵을 보유하였고, 그 핵은 항상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반에 여학생들이나 힘이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보다 키 크고 힘도 센 내 입장에서 그냥 일대일로 싸움이 붙으면 혼내주지 못할 일은 없겠지만 내 뇌리 속에는 우리학교 짱이었던 그 학생의 형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학생은 늘 입버릇처럼 자기 뒤에는 우리 학교 짱이었던 자기 형을 들먹거렸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이 바로 과거의 내 입장일 것이다. 경제력으로 보나 인구로 보나 정말 우리와 북한이 재래식 방법으로 전쟁을 하면 100이면 100 모두 이길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재래식 전력 열세를 상쇄하고도 넘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시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한다면 그 때 와 달리 참아야 하고, 잠수함으로 우리를 공격해도 굴복해야하는 사태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북한 핵무기는 결코 남한 공격용이 아니라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아직 레드 라인을 넘지는 않았다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군이 국경분쟁에서 왜 돌팔매질과 멱살잡이를 하는 이유를 모르고 있다.

필요하다면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대기도 요청해야 한다. 평화는 전쟁을 준비도 하고 각오도 해야 지켜지는 법이다.

/이경수 시장경제포럼 대표(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