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적홍’ 고개드는 까닭
[기자수첩] ‘홍적홍’ 고개드는 까닭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9.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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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서 첫 정기국회인 ‘9월 국회’가 4일 문을 연 가운데, 여의도에선 ‘홍적홍(홍준표의 적은 홍준표)’라는 말이 돌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부당노동행위로 체포영장이 청구된 김장겸 MBC 사장의 방패막이가 되면서다.

홍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때 “이 정권은 적폐청산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아래 정치보복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이 정부가)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긴급 의원총회 땐 “MBC가 노영방송에서 공영방송으로 돌아왔다”며 “(그런데) 이 정부에서 하는 것은 다시 노영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행해지는 ‘김 사장 체포영장’ 등은 강성귀족노조를 앞세워 한국사회 전체를 ‘강성노조 세상’으로 만들려 한다는 게 홍 대표 주장이다.

홍 대표 주장의 일환으로 한국당은 이날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 대검찰청을 방문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김 사장 체포영장의 부당함을 설명했다.

홍 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한국당의 보이콧은 ‘나라 전체의 좌편향’을 막기 위한 행보다. 또 홍 대표 주장에 공감하는 여론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다만 홍 대표가 ‘여당 원내대표’ 시절 언급했던 발언을 살펴보면, 여론으로 하여금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홍 대표는 지난 2009년 여당 원내대표 때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정부가 언론탄압을 할 수 있나”라면서 “법원에서 적법한 영장을 받아 집행한 것을 언론탄압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언급한 바다.

홍 대표가 당시 이같이 밝힌 데는 YTN 노조위원장과 MBC PD 등이 구속됐고, 야당에서 ‘언론탄압’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의 이중적 태도가 현재 한국당 행보에 차질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는 ‘홍적홍’이란 말이 나오게 된 이유기도 하다.

그래선지 홍 대표를 향한 여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현근택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2008년 홍준표 원내대표는 어디로 갔는가’ 논평을 통해 “여당 원내대표일 때와 야당 대표일 때 말이 이렇게 달라서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라면서 “가히 ‘홍적홍’이란 말이 나올만하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제1야당’의 수장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갈지자 발언이 난무한다면 내년 진행될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에서도 ‘심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