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끝내 한미FTA 폐기 카드 꺼내나
트럼프, 끝내 한미FTA 폐기 카드 꺼내나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9.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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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과 통화 이틀 만에 "염두에 두고 있다"
'한미동맹' 균열 초래 우려… '협상기술' 분석도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간 심각한 통상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가진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보도라 더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준비하도록 참모들에게 지시했고 이르면 다음 주 폐기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즈'(Inside U.S. Trade's)도 트럼프 정부가 오는 5일 한미FTA 폐기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허리케인 '하비' 수해 현장인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잇따른 언론 보도를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통화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을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으로 개정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두 정상이 40여분 간의 통화를 통해 한·미 동맹 결속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도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불과 이틀도 되지 않아 '동맹'을 흔들리게 하는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지난달 한 차례 열린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의가 양국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결렬된 직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한미FTA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 확대와 자동차·철강·정보통신(IT) 분야의 무역 불균형 심화 등을 들어 협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의 상품 수지 적자는 한미FTA가 원인이 아닌 만큼 우선 한미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요인에 대한 조사 분석을 하자고 맞섰다.

이에 급한 성격인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과 개정을 할 게 아니라 완전 폐기하자는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동맹 차원의 협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 나온 'FTA 폐기' 발언은 양국의 안보 공조에도 심각한 균열을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해 백악관 참모들은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 과정에서 '협상의 기술'을 구사한 게 아니냐는 시작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정말 폐기를 고려하는 건지, 협상기술의 하나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건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