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외 상황 ‘정치놀음’에 빠질 때 아니다
[사설] 국내외 상황 ‘정치놀음’에 빠질 때 아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9.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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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하비’ 수해현장인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다음 주에 한·미 FTA 폐기 여부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3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위기 속에서 한·미 FTA까지 폐기하는 것에 대해 동맹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겠냐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페기카드를 서둘러 꺼내들게 된 것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특별회의가 결렬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FTA 협정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 확대와 자동차·철강·정보통신(IT) 분야의 무역 불균형 심화 등을 들어 협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상품 수지 적자는 한미FTA가 원인이 아닌 만큼 우선 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요인에 대한 조사 분석을 하자고 맞섰다.

한국의 올해 상반기 대미무역흑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무역 영향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 대미 상품수지 무역흑자는 112억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4억5500만 달러에 비해 31.9% 나 하락했다.

대미무역흑자는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미 FTA 폐기까지 언급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 증가가 단순히 FTA 영향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전자기기와 자동차도 FTA 덕에 수출이 늘어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전자기기를 건드리지 않았고 이미 면세 품목이었다. 미국이 주장하는 자동차 분야 무역 적자도 한·미 FTA를 탓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섣불리 한·미 FTA를 폐기하면 미국 기업이 타격을 입을 개연성이 높다. 미국 기업들이 한·미FTA로 면세 혜택을 누리고 있어 협정 파기는 결국 미국 기업에 심각한 피해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액은 11억 달러로 2012년 6500억 원 수준에서 두 배가량 늘었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주요 시장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미FTA 협정 이후 항공우주 분야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이 80억 달러로 두 배 늘었고 농업 분야의 수출도 급증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미 FTA 폐기는 백악관과 산업, 농업계 간의 관계를 파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안보위협 속에서도 자국의 실리를 찾으려는 미국과 달리 국내 정치는 불편하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도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결정하면서 첫 일정인 교섭단체 대표연설에도 불통이 튀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첫 정기국회로 하루빨리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산처럼 쌓여 있지만 국회는 시작부터 ‘정치놀음’에 빠져 있다.

3일 북한에서는 또 다시 6차 핵실험에 나선 징후가 포착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즉각 NSC전체회의를 소집했고 합참은 전군에 대북감시와 경계태세를 격상시켰다.

갈수록 꼬이는 대북문제를 비롯해 미국과의 FTA 갈등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익과 국격에 맞는 대안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