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人事가 萬事다
[데스크칼럼] 人事가 萬事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9.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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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산업2부장

 
‘천하를 다투려거든 먼저 인재를 다투어라(夫爭天下者 必先爭人).’

주나라 건국공신인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의 일갈처럼 고대로부터 국가권력은 유능한 인재를 선발해 쓸 수 있는 효율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과거제도를 시행하던 당나라가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관료선발 기준을 함께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인재를 선발해 리더 후보군으로 두고 경쟁을 통해 최적의 인물을 선택한다. ‘CEO의 가장 큰 임무는 주가나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라는 격언도 통용된다.

이처럼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다.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도, 사후 평가와 대안을 마련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과정의 주체도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초반 조국, 김상조, 강경화 등을 내세우며 높은 점수를 따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좀 더 냉정하게 표현하면 부실한 인사검증으로 인해 낙제점을 받게 됐다는 평이 어울린다.

그동안 낙마 사례만 5명이다. 논문 중복 게재, 음주운전, 여성 비하 등 도덕성 논란에 자진사퇴한 경우도 있었고, 과거 온나라를 허탈하게 만들었던 논문조작사건 책임자를 다시 주요 보직에 앉히려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후퇴한 경우도 있었다. 5명 모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종 후보에 오를 수 없었던 인물들이다.

청와대가 최근 마지막 내각 구성원으로 내세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제대로 된 인사검증을 거쳤는가 하는 의구심이 가득한 상황이다. 

과학계는 과학자로서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은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과학적 성취와 지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벤처기업에는 정통할지 모르나 임금이나 노사관계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당면한 현실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데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박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기아자동차 노사 간 통상임금 판결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 현안에 관한 질문을 받자 “현재 아는 바가 없다. 보고를 받고 공부를 하는 중이다. 청문회 때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인사가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장에 서는 것 자체가 인사검증이 부실하다는 반증이다.

그래서인지 그간 여권에 우호적이었던 정의당마저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청와대 인사검증라인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부정적 평이 다수다.

청와대의 인사 관련 책임자들은 향후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즉시 부족함을 시인하고 바로잡는 용기와 지혜를 보여야 할 때다. 그리고 매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때마다 ‘정부의 인재 풀이 이렇게 좁은가!’라는 세간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학자라 역사에 무지하다”라는 변명 따위를 늘어놓는 장관이어선 안된다.

적어도 일국의 장관 후보자라면 연구실에만 파묻혀 살았던 과학자나 공학자 출신이라 할지라도 역사와 사회적 이슈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세계관은 갖춰야 한다. 그래야 ‘늘공’ 조직을 이끌며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신승훈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