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평화' 강조했지만… 한미軍 수장들 '전술핵' 속닥속닥
文 대통령 '평화' 강조했지만… 한미軍 수장들 '전술핵' 속닥속닥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8.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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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때문에 빠르게 얼어붙는 동북아 분위기
韓美 전술핵 배치 논의? 한반도 기류에 불안감 안겨

▲ 미국을 방문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과 회담에 앞서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과 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끄는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포럼 외교장관회의(페알락, FEALAC)' 축사 때 언급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놨다"는 발언은 '평화적 대북관'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경색시키는 북한에 대해선 강경책보다 유화책에 초점을 조금 더 맞춘 셈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국방부 수장들은 문 대통령 발언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장관은 지난 30일(미국 현지시간) 회담을 갖고 '전술핵·핵잠수함 배치'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 때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 '미사일 지침 개정'을 논의하던 중 '전술핵 배치'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엄중한 안보 상황을 감안해 미사일 지침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야당을 비롯한 내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제1야당' 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한 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 도발에 따른 한반도 정세가 경색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전술핵 한반도 배치'를 논의한다면, 자칫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국면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관은 '강경'보다는 '평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군 수뇌부가 전술핵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은 무엇인가 조각이 안 맞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나들며 미사일을 쏘는 등 현 상황을 감안할 때도 한미 양국의 '전술핵 배치' 논의는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 장관이 미사일 지침 개정 논의 때 전술핵을 거론한 데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송 장관이 미국의 전술핵 배치 의중을 떠보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해왔고, 터무니없는 돈을 지불했다"고 언급한 부분도 두 장관의 전술핵 논의와 궤를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후문이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