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기아차 1심, 노조요구 38%만 인정
'통상임금' 기아차 1심, 노조요구 38%만 인정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8.3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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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측 요구 일부 인정한 '절충안'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단정 어려워”
▲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기아자동차 본사.

법원이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대,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기아차 측은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기아차 측이 2011년 소송을 낸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으로 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097억원 등 총 4223억원을 인정했다. 이는 노조 측이 청구한 1조926억원의 38.7%에 해당한다.

2014년 추가로 소송에 나선 13명에게도 1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 총 4224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소송에 참여한 근로자 총 2만7437명에게 1인당 1500만원 가량이 돌아가는 셈이다.

재판부는 기아차 측이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회사에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 순이익을 거뒀고 순손실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같은 기간 매년 1조에서 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정·경영 상태와 매출 실적 등이 나쁘지 않다고 봤다.

▲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은 받은 노조 측 관계자와 변호사들이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 해도 그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기존의 판례에 따라 상여금과 중식대, 일비 가운데 상여금과 중식대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일비는 영업활동 수행을 전제로 하는 만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례를 지난 2013년 남겼다.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근로자 및 퇴직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 해도 그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것. 

다만 이 경우라도 사측에 예기치 못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면 신의칙에 따라 추가 수당 요구는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호 신뢰를 기초로 노사 합의를 이뤄온 관계를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라는 결과가 발생하도록 방관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한 노무법인 대표는 “법원이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았다"며 "향후 통상임금을 둘러싼 유사 소송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다른 업계·업체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