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응징' 거론 후… 김정은 '文패싱' 시도
문재인 대통령 '응징' 거론 후… 김정은 '文패싱' 시도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8.30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北, 韓 향해 "미국과 그 졸개들"로 비하
與 안팎에선 "韓 향한 일종의 신경전" 추측

▲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발생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 관련 "강력 응징"을 거론하며 대북강경노선을 선포하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른바 '문재인패싱(한반도 안보 논의 때 한국 대통령 소외)'을 시도하며 맞불작전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자신들이 일본 상공을 넘어 미국 괌 인근 북태평양으로 던진 탄도미사일에 대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행보와 관련 "계속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선 "미국과 그 졸개들"이라고 비꼬았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발사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훈련에는 유사시 태평양작전지대안의 미제침략군 기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은 조선인민군 화성포병부대들과 탄도로켓 '화성-12형'이 동원됐다"고 운을 뗐다.

통신은 "이번 훈련은 우리의 경고에도 끝내 강행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합동군사연습(UFG, 한미연합훈련)'에 대비한 대응무력시위의 일환"이라며 "발사된 탄도로켓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일본 홋가이도의 오시마반도와 에리모갑상공을 가로질러 통과해 북태평양해상에 설정된 목표수역을 명중타격했다"고 말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 발언도 알렸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저들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한 우리 경고에 호전적인 침략 전쟁연습으로 대답했다"며 "오늘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미국과 그 졸개들이 벌려놓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그 졸개'는 한국 정부와 군을 뜻한다. UFG 훈련은 한반도 우발상황을 가정해 매년 실시하는 한국과 미국의 합동 군사연습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한국 측을 향해 '졸개'라고 비하한 데는 도발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추측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지난 29일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 도발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이로 인해 그날 오전 9시20분쯤 공군 전투기 F15K 4대가 출격, 'MK84 폭탄' 8발을 태백 필승 사격장에 투하 훈련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 측의 강경한 입장을 북한에 전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관은 '평화 노선'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결국 강경책 입장으로 돌아섰다. 공군 훈련이 그 예"라면서 "이를 바라보는 북한 입장에선 한국 측을 '졸개'로 비하하는 등 '문재인패싱'을 시도하는 것 같다. 일종의 신경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