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北 도발에 '강경책' 꺼내… '평화 노선' 잠시 내려놔
文 대통령, 北 도발에 '강경책' 꺼내… '평화 노선' 잠시 내려놔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8.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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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응징 능력 과시" 주문하자… 軍 '전투기 폭탄 투하' 훈련 진행
강경화 외무장관·틸러슨 美 국무장관, 유엔 안보리 차원 대응 협의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진행된 국방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인해 "응징"을 거론하며 대북정책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잦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평화 노선'이란 대북관을 고수했다. 이는 지난 7월 6일 문 대통령이 독일 방문 때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언급한 '베를린 선언'에서도 알 수 있다. 베를린 선언은 '대화'를 통해 북한 미사일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는 게 골자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26일에 이어 29일 연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정세를 빠르게 경색시켰다. 북한은 지난 26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고, 29일 새벽엔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으로 탄도미사일을 날렸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번 도발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일본 상공을 넘어 미국 영토인 '괌'이 위치한 북태평양에 미사일을 날린 것은, 언제든지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평화 노선'을 겨냥한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게 내뱉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27일 문 대통령을 향해 "남조선은 운전석이니 뭐니 하며 처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헛소리를 한다"며 "핵문제는 철저히 우리와 미국간 문제다. 우리가 남조선과 핵문제를 노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업무보고 때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부각시켰다. 

결국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문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북정책 변화를 불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29일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이 내용(북한 도발)을 보고 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9시20분쯤 공군 전투기 F15K 4대가 출격, 'MK84 폭탄' 8발을 태백 필승 사격장에 투하했다. 공군의 폭탄 투하 훈련은 전시 북한 지도부의 은거지 타격이 골자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청와대 측은 미국의 '전략자산'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취재진이 '정부의 미국 전략자산 전개' 의사를 묻자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으로는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함, 핵잠수함 등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 (북한을) 압박할 때와 대화를 요구할 때가 다르다. 전략적인 방향과 현재 상황을 혼돈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비춰볼 때 당분간 문재인 정부가 유화책을 잠시 뒤로 미루고 강경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전화 통화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외교부의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측은 오전 9시30분부터 약 15분간 통화를 진행,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이뤄진 북한의 이번 도발의 엄중함에 인식을 같이 하고, 긴밀한 공조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 및 단호한 조치 등을 취하기로 했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