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 술은 새 부대에”…금융개혁 지금이 적기다
[기자수첩] “새 술은 새 부대에”…금융개혁 지금이 적기다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08.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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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많은 국민들의 기대 속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 또한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습니다. 이제 저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합니다”

지난 17일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신임 거래소 이사장 후보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 출신들을 비롯해 전·현직 거래소 임원까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차기 이사장에 대한 하마평은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단연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임 이사장에 대한 자격 시비 논란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거래소 이사장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왔기 때문이다.

정찬우 이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계에서 실세로 군림해 온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지난 2013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

세간에서는 정 이사장을 두고 ‘금융계의 우병우’라고 일컬었다. 이에 거래소 이사장 임명 당시에도 공식 선임 절차가 진행되기 전부터 내정설이 퍼지며 낙하산 논란이 불거져왔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특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금융 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적폐는 ‘관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정책 및 감시 역할은 중요하지만 정부가 직접 시장을 운영할 수는 없다. 더욱이 거래소는 지난 2015년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이제 더 이상 공공기관도 아니다.

자본시장에서는 특히 한국거래소 새 이사장에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거래소는 독점 시장 특성상 공공성이 강조되다 보니 시장의 핵심 기능인 효율성이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금융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손해로 돌아가고 있다.

정권마다 바뀌는 코드인사가 사라져야 자본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거래소는 친정부 인사들의 ‘놀이터’라는 지적과 함께 방만 경영, 독점 등의 논란이 계속돼왔다. 이에 더 이상 낙하산이 아닌 전문성과 개혁 의지를 갖춘 인사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단순히 ‘물갈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단순히 낙하산 물갈이 또는 정권 코드에 맞는 인물을 낙점하는 것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애초에 자격 없는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에 낙하산이나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시작한 정부다.

한국거래소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KDB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사도 산적하다. 자본 시장을 포함한 금융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할 때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는 더 어렵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