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내세워 후원금 요구 ‘물의’
중증장애인 내세워 후원금 요구 ‘물의’
  • 송한빈 기자
  • 승인 2017.08.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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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로 골절” 거짓 정보·동정심 유발 고액 후원 유도

경기도 시흥시 군자동에 소재한 한 장애인 시설 직원들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거짓된 정보로 후원금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H사회복지법인을 모체로 한 이곳 시설은 중증장애인 37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27명의 임직원의 인건비도 정부보조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시설장인 Y모씨는 법인 직원과 중증장애인들을 돌봐야 할 시설 직원들까지 동원해 후원금을 모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길거리 후원 모집에는 생활지도원과 사무실 근무자, 영양사까지 가리지 않고 일일 근무조까지 편성해 인파가 많은 지하철역과 대형할인점 등을 중심으로 후원금 모집에 나서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후원금 모집은 짜여진 각본대로 시민들에게 거짓된 정보와 동정심을 유발시켜 기부금을 약정하도록 했다.

시민들은 ‘아동학대와 성 폭력 예방 서명 캠페인’인줄 알고 ‘생활시설 아동들을 위한 희망 천사가 되겠다’는 서명을 하게 되며, 그러나 이것은 유인책에 불과했다.

모집 직원은 숨겨뒀던 기부금 후원 약정서를 내밀고 장애 아동의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며 고액 후원을 유도했다.

장애 아동 민우(가명)군의 사진을 보여준 뒤 “알콜 중독의 엄마가 아동을 학대해 팔 다리가 골절됐다”고 호소했다. 확인 결과 민우군의 사례는 사실과 상당히 달랐다.

법인 이사장과 시설장을 겸하고 있는 Y씨는 골절의 증거가 있다고 했지만 탈골 증상만 있을 뿐 민우 군은 후원금 모금을 위한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고액 연봉의 모금 전문가를 채용해 그를 중심으로 후원금 모집을 했기 때문에 자세한 현장 상황은 모른다”고 말했다.

유인 수단이던 서명부도 실제 활용되지 않고 이면지로 사용되기는 등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H법인은 지난해부터 민우 군의 사례를 중심으로 방송국과 기부포털 해피빈을 통해 현재 15명의 장애인 후원금을 모집하면서도 일부 장애 사례를 과장하거나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COPD(만성폐쇄성폐질환)과 뇌병변, 간질 등의 증상의 민우 군 등을 이용해 지금까지 법인이 거둬들인 후원금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이 법인으로부터 받은 전입금은 15%정도라고 사무국장 K모씨는 설명했다.

K씨는 “서명부는 바로 폐기했거나 일부 보관중이며, 민우군의 잘못된 골절 피해 사례를 추후 후원금 모금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5일 현재 이 중증장애인 시설과 직원을 관리 감독해야 할 시청은 해당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아일보] 시흥/송한빈 기자 hbso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