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사설]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8.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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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26일 새벽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지난달 28일 ICBM(대륙간탄도탄)급인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북한이 사거리 250㎞에 달하는 단거리 발사체를 쏘는 등 저강도 도발을 단행한 것이다. 이번 도발은 미국이 아닌 우리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인 화성 14형이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이 아닌 단거리 발사체를 선택한 것은 미국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를 최고조로 올린 뒤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서 있었다. 이를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미 직접 대화를 원한 북한으로서는 도발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북미간 긴장 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소극적 행보를 펼칠 것이다. 대신에 우리를 긴장 시켜 미국이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사정권에 둔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 이어 백령도 점령 훈련까지 공개한 이유가 뭐겠는가. 남한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의 발사체를 쏘고 섬 점령 훈련을 한 것은 남한을 위협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은 북·미간 긴장 관계를 진정세로 돌려놓았다. 이를 통해 지난 2012년 2·29 합의 때처럼 북·미 간 대화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미국에는 유화적 태도를, 우리 정부에는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면서 미국과 문제 해결을 꾀하겠다는 전형적인 ‘통미봉남’ 전략인 셈이다. 북한의 일연에 사태를 보면서 지난 22일 스위스에서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외교관들이 모인 유엔제네바군축회의에서 주제네바 북한대표부의 주용철 참사관의 “한국은 핵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발언한 부분이 걸린다. 주 참사관은 “핵은 북·미간에 풀어야 하는 문제”라면서 “한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미국 옆에 서지 말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우리를 더 이상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코리아 패싱’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현재 미국의 대북 전략은 예측이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불과 얼마 전 전쟁 불사를 거론했던 미국 대북 기조가 변해 가고 있다. 북·미간에 접촉 시도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 미 간 직접 대화가 실제로 일어나면 대한민국 운명이 우리가 빠진 상태에서 결정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북 핵이 미 영토에 날아오는 것을 막는 일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대신 북 핵을 용인하는 전략을 내 놓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는 북한과 핵 문제를 논의조차 못한 채 핵이라는 암 덩어리를 머리 얻고 살아가야 한다. 상상 조차 꺼려했던 상황이 올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무시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대론의 수정이 불가피 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