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남도, 보조금사업 관리부실-본말전도
[기자수첩] 충남도, 보조금사업 관리부실-본말전도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7.08.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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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구별되지 않거나 일의 순서가 잘못 바뀐 상태가 될 때 우리는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됐다고 말한다. 이 말은 주로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의 평가 또는 역할 등이 뒤바뀐 모습을 표현한다.

최근 충남도에는 ‘허위 2016년 예산결산서 공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결산검사 위원으로 활동한 도의회 김종필 의원이 보조금사업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며 촉발됐다. 그러면서 결산서에 보조금 정산분이 빠졌기 때문에 엉터리 결산이며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의 본질은 도에 보조금의 집행과 정산 등을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결산 이후 보조금 관리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으며 보조금 집행 잔액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함축된다.

그런데 도는 지방자치법을 비롯해 지방회계법 등에 따라 적법하게 결산서를 작성했으므로 허위가 아니라며 보조금 정산분이 빠진 것은 회계연도 적용문제일 뿐 엉터리 허위작성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도가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 프로그램) 문제로 치부(置簿)하고 있어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도가 도의회와 공조, 행자부에 e-호조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행자부는 결산서에 보조금정산을 포함시켜야 제대로 된 결산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정산문제는 자치단체별 정산자료 작성시점을 정해 의회에 참고자료로 제공하는 방안 마련을 조언했다. 결산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될 것이 아님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무슨 일이나 현상보다 본질을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는 부실한 보조금 집행·관리가 팩트다.

따라서 보조금 집행과 정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보조금관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TF팀 구성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순자는 “예의(禮義)는 나라를 올바르게 세운다”면서 “예의는 저울이 가볍고 무거운 것을 측정하고, 먹줄이 곧고 굽은 것을 밝혀주고, 직각자와 그림쇠가 각지고 둥근 상태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확실한 객관적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충남도가 새겨 들어야할 말이 아닌가 한다.

[신아일보] 김기룡 기자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