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은 뒷전인 스타필드 고양
[기자수첩] 안전은 뒷전인 스타필드 고양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8.27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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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핑크빛 행성이 등장한다. 이내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잠에서 깨어나 춤을 춘다. 행성 뚜껑을 열고 나온 고양이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언제 올 고양?”이라고 묻는다.

고양이의 꾐에 넘어간 것일까? 스타필드 고양을 찾았지만 가장 처음 만난 것은 ‘주차전쟁’이다.

개장 전 신세계측은 4500여대의 주차공간은 물론 추가 주차장까지 확보한 만큼 하남과 같은 교통체증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개장 첫 날인 24일 방문해보니 비가오는 날씨임에도 남측 출입구로부터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을 볼 수 있었다. 길고 긴 줄은 주차장 입구를 거쳐 곧장 지하 2층 주차장으로 연결돼 있었다.

주차장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의문이 들었다. 주차가능대수를 알려주는 표지판에는 분명 ‘만차’라는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지만 안내요원은 차량을 계속 주차장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심지어 무전기에서 “고객들에게 양해를 부탁하고…”라는 말이 흘러나오는데도 말이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봤다. 특히 지하 2층 주차장은 그야말로 난장판(?) 이었다.

보행로에 표시된 안내 화살표만 따라가다가는 주차된 차를 넘어가야할 상황이었다. 차량이 보행로를 점령하니 고객들은 보행로가 아닌 차량이 움직이는 통행로를 이용해 매장에 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몇몇 고객은 차량이 다니는 통행로를 위험천만한 모습으로 횡단해 매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에 배치된 안내요원들은 크게 대수로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뾰족한 대안이 없어보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주차장 비상구 앞에도 주차된 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분명 초록색 비상등 표지판이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그곳에 주차하는 차량을 안내요원은 제지하지 않았다.

매번 사고가 터진 후에 호들갑을 떨지만 결국은 사후약방문에 그치곤 하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머릿속을 휘감았다.

취재 중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지 신세계에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셔서 그런 부분들이 나타난 것 같다”였다.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신경을 쓰겠다”는 통상적인 대답도 빠지지 않았다.

신세계 관계자와의 통화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끝났다. “좋은 날(오픈 첫 날)인데 기사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틀렸다. 그는 기자에게 부탁하는 대신 바로 현장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어야 했다. 그것이 항상 혁신하고 개선하는 기업의 자세다.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능력은 결국 기업의 수준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