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정부에게 먼저 주고 국민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통계
통계청, 정부에게 먼저 주고 국민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통계
  • 정수진 기자
  • 승인 2017.08.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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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5분위배율 등 분배지표 돌연 비공개
▲ (사진=신아일보DB)

국가 통계 생산을 책임지는 통계청이 소득분배 통계를 국민에게 공표하지 않고 상급기관에만 사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24일 정오 국가통계포털에서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공표했다.

가계동향조사는 전국 가구 중 표본을 추출해 가계부 작성 형식으로 소득과 지출을 파악한다.

통계청은 이를 토대로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 등 분배지표까지 만들어 매 분기 발표해왔다.

지난해 말 통계청은 고시를 통해 고소득가구 표본조사가 어렵다며 가계동향 중 소득만 매분기 국가통계포털에 게시하고, 지출은 1년에 한 번 공개하기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번 2분기 소득분배 지표는 국가통계포털에 공표하지도, 별도 자료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앞서 지난 5월 ‘2016년 소득분배지표’를 발표하면서 1분기 가계동향을 기준으로 한 소득5분위배율을 공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방적으로 통계 공표를 중단한 셈이다.

확인 결과 전국가구 기준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73배로 지난해 2분기(4.51배)보다 높아지면서 소득분배 지표가 6분기 연속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이 분배지표를 공표하지 않은 것은 소득5분위배율 악화 추세가 지속되는 등 정부에 부담스러운 통계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통계자료가 기획재정부에는 미리 전달된 것으로 보여졌다.

김동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 가계동향이 국가통계포털에 공표되기 전인 24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작년 이후 6분기 연속 소득분배 악화가 예상된다”며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함을 나타내는 경고등으로, 현 상황을 방치할 시에는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실제 기재부는 사전에 통계청으로부터 관련 통계를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라의 공식 분배지표가 실종됐다는 점도 큰 문제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을 토대로 한 분배지표를 공식 발표하지 않으면서 소득분위별 소득은 물론 지니계수나 소득5분위배율 등 소득분배 개선 내지 악화 정도를 알 수 있는 통계가 사라졌다.

공식통계인 가계동향 기준 지니계수가 비공개로 전환된 가운데 아직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지니계수는 통계위원회로부터 공식통계로 승인 받지 않은 상태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니계수 등 분배지표는 연간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올해 분배지표가 나오는 내년까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지니계수를 공식통계화할지 등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분기별 소득이나 지출 통계는 물론 분배지표마저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면서 ‘소득주도성장’과 ‘복지확대’ 등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계동향 조사의 표본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보안해야지 기존에 발표하던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가계금융복지조사가 갱신되는 1년 동안 분배지표나 소득분위별 소득‧지출 등 상세 통계를 파악할 수 없어 정부 입장에서는 가계부채나 각종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장님과 다를 바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정수진 기자 sujin29@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