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다주택자가 죄인은 아니다
[신아세평] 다주택자가 죄인은 아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8.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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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지난 2015년 1월부터 부동산3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 연기,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폐지, 정비사업구역에서 1가구 3주택까지 공급)이 시행되면서 강남4구를 비롯한 재건축 단지들이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기 위해 앞 다투어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인근지역의 부동산가격상승으로 이어져 문재인 정부는 급기야 6.19대책과 8.2대책을 내 놓게 된 것이다. 6.19대책은 분양권전매 금지와 대출규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자 결국, 규제정책의 종합세트 격인 8.2 부동산대책을 내 놓게 된 것이다.

이번 대책이 정부 의도대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킬 것인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벌써부터 상승하던 부동산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서거나 하락세로 거래가 두절된 상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향후 가격이 상승하면 규제로 시장을 잡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규제로 시장을 잡는 것은 일시적 효과이지 장기적 대책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3.5%이며 자가주택보유율은 59.9%라고 발표했다. 2015년 기준으로 수도권의 실질주택보급률은 94.7%, 서울의 실질주택보급률은 92.8%로 현저히 낮다.

정부는 8·2 대책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공급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아직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며 임대주택보급은 2016년 12월 경실련 자료를 인용하면 OECD평균은 11.5%의 임대주택공급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6.1%로 많이 모자라는 상태라고 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주택공급을 서두르지 않으면 실질 주택보급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지방의 경우는 일부지역에서 주택공급 과잉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전국 주택보급률은 103.5%로 40.1%는 자기 집이 없는 무주택자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103.5%의 주택보급률 속에는 상당수 다주택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 다주택자 모두를 죄인 취급하듯 이번 8.2대책에서 양도세 중과로 세금폭탄을 부과하겠단다.

집이 없는 40.1%의 무주택자 일부는 정부가 보급한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1가구 다주택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부정적인 면만 보고 빨리 처분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만약 처분하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 세무조사 등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니 매우 유감이며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중에는 투기꾼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 팔 생각보다는 5년만 견뎌보자는 쪽으로 관망할 것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는 내년 4월 1일 이후 양도 분부터 적용하겠지만 이들이 매각하지 않아도 강제로 매각하게 할 명분도 없다.

또한 별다른 유인책도 없이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하라고 한다.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당장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이 대폭 상승하고 소득세도 내야하기 때문에 등록을 꺼리고 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하지도 않고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도 하지 않으면 결국 정부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 등록 의무화나 보유세 인상까지도 검토할 것이다.

사실 다주택자가 많아진 것은 지난 정부에서 경기를 살리겠다고 대출규제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늘어난 탓도 있다. 여기에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이 상승했고 다주택자가 양산된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을 규제하기 위해 2012년 이후 지정 운용된 적이 없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다시 지정하면서 다주택자들의 주택처분과 구입을 억제하고 집값 불안 진원지인 서울의 정비사업 예정지를 규제해 과열을 사전 완화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가득이나 기대에 부풀었던 서울 강북지역까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망연자실과 함께 어쩌면 배신감까지 들지도 모른다.

부동산은 자연적인 특성인 지리적 위치의 고정성이 있다. 그래서 지역마다 부동산 시장은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불안전한 시장이다. 따라서 정책도 지역별, 계층별, 물건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은 규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규제정책을 꾸준히 밀고 갈 태세다. 다시 말하면 이번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물론 투기와의 전쟁은 바람직하지만 이런 와중에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서민이 소외됨이 없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도모되고 사회적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제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거나 공급이 어렵다면 규제보다는 수요분산정책을 써야 할 때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