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FTA 협상 당당히 맞서라
[사설] 한미FTA 협상 당당히 맞서라
  • 신아일보
  • 승인 2017.08.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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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양국 공동위원회 특별회의가 22일 열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협정의 개정·수정 가능성 등을 검토하자”며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우리 정부는 개정 논의에서 FTA의 객관적인 효과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열린 한미FTA 공동위원회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영상회의에서 “30분 동안 하이저 대표와 대화했다”며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에 앞서 ‘당당하게 하겠다’고 밝혀 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방한하지 못했고 USTR 비서실장과 대표보 등이 고위급 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한미FTA 개정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첫 공식 대면 접촉이라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 됐다.

이번 만남은 USTR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에 한미FTA 개정협상을 위한 공동위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서울 개최는 미국이 자국에서 회의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 국내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여론의 지원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첫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 된 것은 우리가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할 것이다.

한미 FTA 개정 논의가 결코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 아니다. 이번 회의 안건에 대해서는 양국은 구체적 합의를 하지 못했다. 미국이 불공정거래 논란을 제기한 핵심은 대한(對韓) 상품무역 적자의 80%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철강 분야이다. 법률서비스 시장 확대 주장도 꺼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대(對)한국 무역적자 확대를 문제 삼으며, 자동차와 철강 등의 분야에서 FTA 협정 개정 혹은 수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FTA로 미국만 피해를 봤다는 것은 너무 과장한 것이다. 미국차 수입은 지난 5년간 2012년 8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30%, 2016년 37% 등으로 매년 성장한 반면 관세가 완전 철폐됐던 지난해 한국 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만여 대(10.5%) 떨어졌다.

한국의 미국 투자 금액은 협정 발효 전보다 6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자동차와 철강 등 일부 품목만을 들어 불공정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지식재산권, 법률, 금융 등 서비스 교역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출이 흑자 증가 추세다. 2011년 69억 달러에서 지난해 101억 달러로 급증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 측 주장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장담하는 이유다.

이런 통계를 볼 때 우리 대표부는 미국 측에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 김 본부장이 협상에 앞서 말했듯이 당당히 임하면 된다. 한미FTA 발효 이후 효과에 대해 양측 공동으로 객관적 조사와 연구, 평가를 해볼 최선의 방안을 논의하자고 맞서야 한다. 또 적자를 보는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부문 수지,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와 반덤핑 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 남용 등으로 미국 측에 역공을 펼쳐야 한다.

지금까지 자료의 통계 분석 결과 우리가 그리 불리할 게 없는 만큼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으로 무장해 개정협상에 나서 주기 바란다. 새 정부 들어 부활한 통상교섭본부 수장에 10년 전 한미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 본부장이 다시 임명된 만큼 그의 노련한 경험과 능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