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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세평] 과학기술정책과 공론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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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아일보
  • 승인 2017.08.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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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들어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여론 도출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이는 일차적으로 탈원전에 관한 대중의 찬반 의견을 확인하려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누가 결정해야 옳은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시도이다. 아마 정부는 시민의 개입과 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하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원자력기술이 그렇고, 생명공학기술이 그렇고, 정보통신기술이 그렇다. 하지만 소수 전문가와 관료를 제외한 일반시민들이 과학기술정책을 요모조모 따지고 구체적으로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상당한 지식을 갖췄거나 적절한 훈련을 받은 사람만 관여할 수 있는 전문영역으로 간주된다. 원래 공론화 기구는 이러한 폐쇄적 결정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면서 정책 효과성을 높이고자 고안되었다. 실제로 일부 선진국에서 선보인 과학기술 관련 공론의 장은 계몽을 통한 정책 전파보다 토론하고 논쟁함으로써 이해를 촉진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의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설치 취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선진국 사례를 근거로 보자면 대개 과학기술 분야의 공론화 절차는 다소 복잡하다. 먼저 특정 주제의 공론화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고 일반시민들도 참여 가능하다는 점을 널리 알린다. 지원자 모집이 끝나면 공론화 기구 주도로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맞게 패널을 구성한다. 이때 고려할 것은 성별, 연령, 직업, 교육 수준, 지역 분포 등이며, 회의 주제에 대해 사전 지식이 아주 많은 사람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는 제외 대상이다. 일단 패널로 선정된 시민은 수차례의 예비모임과 본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패널 예비모임이란 공론화 기구가 제공한 기초자료를 참고삼아 토론을 준비하고 본회의에서 제기할 질문거리를 정리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본회의에는 행정 담당자와 전문가들이 함께해 시민패널 측의 질문에 답한다. 시민패널은 답변 내용을 종합적으로 토의한 후 만족스럽지 못한 사항을 메모해 뒀다가 다음에 그 부분을 다시 묻는다. 거기서는 청중들한테도 주제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질문 기회가 주어지고, 회의 진행자는 행정 담당자나 전문가의 답변이 부실할 경우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까지 끈질기게 중재해 제대로 된 반응을 이끌어낸다. 여러 단계를 거쳐서 본회의가 끝나면 시민패널 구성원은 자신들의 토론 결과를 모아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핵심 질문을 출발점으로 하여 시민패널이 도달한 결론과 정책 권고를 담는다. 물론 회의에서 패널끼리 합의에 이른 것을 요약하되 갑론을박한 논쟁점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모든 회의 참석자들에게 최종보고서를 배포하고, 정책라인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 등을 초청해 토론회를 연다.

일부 선진국들이 선보인바 있는 공론화 회의 운영방식을 이처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얼마 전 활동을 시작한 우리의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원자력정책의 지나친 엘리트주의와 관료적 폐쇄성을 개선하면서 탈원전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신고리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런저런 말이 많다. 활동의 법적 근거와 역할을 두고도 이견이 적잖다. 장차 다양한 형태의 공론화위원회를 시민여론 도출 공간으로 활용하려면 형식과 콘텐츠부터 손봐야겠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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