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 조짐 보이는 ‘살충제 계란’ 파문… 얼마나 더 나오나
확산 조짐 보이는 ‘살충제 계란’ 파문… 얼마나 더 나오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8.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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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기준 적발 농가 66곳… 친환경 농가 35곳 포함
조사결과 '신뢰도' 논란… 계란 골라 제출했다 증언도

▲ 17일 오후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한 산란농가에서 작업자가 '13정화' 일련기호가 표기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점차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살충제 계란 관련 전수조사에서 검사 대상 1239개 중 876개를 마친 결과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장은 이미 66곳에 달했다.

아직 조사가 남아있는 농장도 있는데 당국의 전수조사의 신뢰도 의혹이까지 제기되면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얼마나 확산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대상 검사 결과 일반 농가와 친환경 농가를 포함해 총 66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이 가운데 32곳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일반 계란에 비해 최고 두 배 비싼 가격에 팔리는 친환경 농가에서는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할 수 없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도 많아 소비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친환경 인증 농가 가운데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될 수 없는 31곳(친환경 농가 27개·일반 농가 4개)은 전량 회수·폐기할 방침이다.

또 친환경 농가 중 35곳은 친환경 인증 마크 없이 일반 계란으로 유통될 수 있게 하나, 친환경 인증 기준을 어긴 만큼 기준치와 무관하게 전부 인증은 취소한다.

일각에선 현재 조사는 대규모 농가부터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농가까지 전수조사를 마치면 살충제 계란 농가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17일 오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계란에 압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런 가운데 조사 기관의 '부실 조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날까지 전국 1239곳의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조사 기관이 기간에 쫓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조사 기관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농가당 임의로 선정된 계란 한판(30개)을 샘플로 수거하고 있다. 이후 이 중에서도 임의로 계란의 일부를 골라 실험에 필요한 시료를 채취한다.

한 농가당 실험에 쓰이는 계란 수는 시료의 상태, 기계의 상태 등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10개 미만인 셈이다.

살충제 성분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달리 전염성이 없어 같은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라도 농약이 많이 검출될 수도, 전혀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표본이 많이 필요하다.

산란계 농가들이 하루 평균 수만개에서 많게는 수십만개의 계란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본의 수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더해 조사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샘플을 검사한 게 아니라 농장주들에게 계란을 특정 장소에 모아두게 하고 이를 가져가 검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농장주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조사) 담당 직원들이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나오라고 했다"면서 "닭 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서 조사하는 것 같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양계장 업주들이 만약 '깨끗한' 계란만 골라서 제출했다면 전수조사는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다.

이에 당국은 표본에 문제가 있는 일부 농가에 대해 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재검사를 통해 기존에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도 추가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산란계 농가는 전국 곳곳에 퍼져 있고, 남은 조사 결과에 새로운 지역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도 큰 만큼 살충제 계란을 둘러싼 파문이 얼마나 더 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