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
[신아세평]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
  • 신아일보
  • 승인 2017.08.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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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돈 미술가·수원대 교수협의회 부대표
 

대학교 하나가 사라지게 생겼다. 교육부가 서남대학교 폐교 방침을 정한 가운데, 지난 2일 학교법인 서남학원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한 서울시립대와 삼육학원에 대해 불수용을 통보하였다고 밝히자, 서울시가 “5년간 2070억원에 이르는 재정 투자를 통해 서남대를 정상화 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가 묵살하면서 발끈하였다는 기사이다.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사학 비리로 폐교 하게 되더라도 청산 후 자산이 본인(이홍하)이 설립한 또 다른 재단, 서호학원 또는 신경학원에 옮겨진다는 규정 때문에 정작 이홍하는 손해 볼게 없다는 이유를 들어 교육부를 성토하고 있지만 다른 이는 몰라도 나는 교육부를 믿는다.

2000년 3월 서남, 홍복, 하남, 양남, 남양, 서호, 신경학원 등 문어발식으로 설립한 학교법인을 통해, 1000억여원 교비 횡령한 이홍하가 총장으로 있던 광주예술대를 최초로 강제 폐교시켰던 교육부다. 그로부터 17년 동안 학력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 개혁을 한답시고 대학 평가를 진행하면서, 매 평가 후 하위 17%씩 대학들을 줄이겠다는 교육부가 무려 17년 동안 필요한 아무런 법 개정, 제도 정비, 절차와 규정, 폐교 뒤 남은 교수, 교직원, 학생을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아니라면, 17년간 교육부가 퇴직을 준비하며 전대미문의 ‘공로연수’ 중이라면 모르거니와…

사립학교법과 서남대 정관에 의해 폐교하면 잔여 재산이 비리재단으로 귀속된다는 사실을 교육부가 몰랐다? 17년 전 최초로 강제 폐교된 광주예술대의 잔여재산이 서남대로 귀속된 사례가 있는데도 말이다. 사학 비리 척결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하나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슬로건조차도 서슬 퍼런 권력으로 살아 있는 어제와 오늘. 무사안일, 철밥통, 복지부동에서 급체(急體)하여 저지른 일이라면 모를까. 만일 아니라면, 교육부가 이홍하에게 91년 서남대, 94년 한려대와 광양보건대, 97년 광주예술대의 설립인가를 해주고, 97년 5월 이씨가 이들 대학으로부터 399억원을 횡령하여 실형이 선고되자 2000년 광주예술대를 폐교시키고, 광주예술대 잔여재산을 이씨에게 돌려주고, 98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씨가 2005년 신경대, 2011년 서울제일대학원대학을 개교하자 설립인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준 것은 항간의 속설처럼 이씨와 거시기해서 그런 것일 게다.

아니라면, 교육부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추측은 고육지책. 교육부 해체 위기 속에서, 이홍하가 횡령한 333억 원을 서울시가 물어내라는 개 풀 뜯어먹는 이유로 서남대 정상화 방안을 거절한 속내는 ‘사립학교법 개정’이다. 사학법 개정이 상당한 폭발력을 지니며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던 선례에 비춰 올 가을 국회에서 사학법이 제때, 정부안대로 개정될지 알 수 없다. 더더군다나 여당조차도 지난 사학법 개정에 따른 트라우마가 있는 상황에서, 비리사학의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사학법 개정은 이제 오로지 국민에게 달려있다. 비리사학 적폐청산과 교육부도 살 수 있는 방법은 국민의 공분을 최대한 유발하면서 자신을 촛불로 태우는 것이리라. 브라보! 교육부여, 부디 일어나라! 

/손병돈 미술가·수원대 교수협의회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