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00일] 굳건한 '평화 노선', 北 심정변화 꿈틀?
[文정부 100일] 굳건한 '평화 노선', 北 심정변화 꿈틀?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8.1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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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합참의장 "한반도 비핵화 목표" 밝히자, 김정은 "지켜볼 것" 언급
북한, 미국 반응 살피면서 대화의 장에 나설 것이란 분석 팽배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예방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 일행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미대사 대리,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병주 연합사부사령관.(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오는 17일 출범 100일을 앞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했던 대북관인 '평화 노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자 일촉즉발로 치닫던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이 한층 누그러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다.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의 입장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다. 미국 역시 현 사태에 대해 우리와 같은 기조로 냉정하고 책임있게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는 미국 등 주요국들과 협력하여 이러한 상황이 심각한 위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미국 조세프 던포드 합참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평화'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던포드 의장은 북한 미사일 문제 등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가졌다.

그래선지 던포드 의장은 "미군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외교적·경제적 압박 노력을 지원하는데 우선적 목표를 두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던포드 의장 발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그중 문 대통령 평화 정책에 강경 노선을 걷고자 한 미국 측이 양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을 겨냥한 '화염과 분노' 발언 등 강경일변도의 행보를 보였다.

미국의 이러한 반응에 북한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1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괌 포위사격방안을 보고 받은 뒤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발언을 전하며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조선 인민군 전략군에서 괌도 포위 사격방안을 당의 구상과 의도에 맞게 매우 치밀하고 용의주도하게 작성한데 대해 평가하시고 위력시위사격준비상태를 검열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군 부대 시찰 후 군인회관에서 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부대 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위원장의 발언은 앞서 던포드 의장이 언급한 "미군은 한반도 비핵화를 우선적 목표로 두고 있다"는 발언에 대한 화답이 아니냐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또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응을 살피면서 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동안 '코리아패싱'이니 뭐니 말이 많지 않았나"라면서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미국도 북한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평화 노선'이 한 몫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문 대통령이 다른 노선을 부각시켰다면 한반도 정세는 더 냉랭해졌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 미국과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국들이 강경한 태도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강경일변도의 행보가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