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파트 하자, 이제 그만 하자
[기자수첩] 아파트 하자, 이제 그만 하자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8.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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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품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부가적인 기능을 더하고 빼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자동차는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제 아무리 예쁜 디자인과 첨단기술을 갖다 붙여도 '하급' 상품이 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놨던 갤럭시 노트7은 홍채인식 기능 등을 탑재하며, 화려한 스펙을 자랑했지만 배터리가 폭발하는 결함으로 인해 출시 2개월여만에 단종되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어떨까? 집 역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집은 비와 바람, 추위 등 외부 환경요소로부터 거주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건설사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체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택형태로 자리잡은 아파트의 크고 작은 하자가 입주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왠일인지 아파트 하자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높이 555m의 초고층 빌딩이 서울 한 복판에 우뚝 서는 시대지만, 우리 건설사들은 여전히 집의 가장 기본적 기능인 방수나 방음, 냉·난방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붙은 아파트라고 해서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믿음은 입주자들에게 더 큰 실망과 억울함을 선물하기 일쑤다. 피 같은 돈 수억원을 긁어 모아 장만한 아파트가 하자투성이라면, 그 때깔 좋은 브랜드는 독을 머금은 버섯과 뭐가 다를까.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는 무관심과 귀찮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수요자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마디로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성부재가 원인이란 것이다.

시공과정의 정성 부재는 시공 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문제가 생겨도 "정해진 규정대로 하자보수를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뻔뻔함은 많은 이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이제 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건설사 스스로 나아지길 바라기엔 소비자들이 감내해 온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다.

기본적인 하자문제가 해결돼야 최근 아파트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사물인터넷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기술들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이 말한다. "주인님 저는 이런 하자투성이 아파트에 어울리지 않아요"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