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향해 칼 빼든 공정위… 반발의 목소리도
유통업계 향해 칼 빼든 공정위… 반발의 목소리도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8.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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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 3배 의무화, 규제대상 확대 등 골자
업계 “수익성 떨어지는데 규제만 강화”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유통업계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한다.

또한 대형 복합쇼핑몰과 아울렛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납품업체 종업원의 인건비를 대형마트와 납품업체가 서로 분담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대형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 관행 개선방안’을 13일 발표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와 함께 △대규모유통업법 집행체계 개선 △납품업체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 및 업계 자율협력 확대 등 3대 전략과 15개 실천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 3배 의무화 검토= 김 위원장은 대형 유통업체의 고질적·악의적인 불공정행위에 대해 3배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연내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도입 범위는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 등이다. 국회에서도 정태옥, 송기헌, 채이배 의원 등이 이와 유사한 법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공정위는 법위반 억지력 제고를 위해 오는 10월부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기준금액도 인상한다. 현행 30~70% 수준의 과징금을 60~140% 수준으로 2배 올릴 예정이다.

◇복합쇼핑몰·아울렛도 규제=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등 대형 유통업체도 규제 대상에 오른다.

대형 유통업체는 다수의 사업자로부터 상품을 납품받아 영업하면서 직전 사업연도 소매업종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소매업 매장면적이 3000㎡ 이상인 업체를 지칭한다.

지금까지 대형 유통업체는 ‘매장 임대업자’로 분류돼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공정위는 앞으로 중소 입점업체의 보호를 위해 입대업자로 등록돼 있어서 상품 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면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백화점·TV홈쇼핑 분야에 한정된 판매수수료 공개 대상도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까지 확대된다. 수수료율이 공개된 이후 지난 3년간 백화점과 TV홈쇼핑의 수수료율이 하락해 가격 정상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정위 측 설명이다.

◇대형마트·납품업체, 인건비 분담= 지금까지 대형마트 시식행사 등에 파견되는 납품업체 종업원의 인건비도 대형마트와 납품업체가 서로 분담하게 될 예정이다.

판촉행사로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모두가 이익을 얻는 만큼 납품업체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공정위는 법을 개정해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이익을 얻는 비율만큼 인건비도 서로 나눠 부담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익비율 산정이 어려우면 50:50으로 분담하기로 정했다.

◇“인건비 분담? 비현실적”= 이같은 공정위의 발표 내용 중 일부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이미 예고됐던 만큼 업계에서도 받아들이는 모양새지만 납품업체 종업원에 대한 인건비 분담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식행사 등을 진행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주로 제조업체 측의 필요에 의해서 때문에 파견된다”며 “유통업체가 이들의 인건비를 분담해야 한다면 수백억원을 추가로 부담하면서까지 지금처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납품업체들을 중심으로 당장은 인건비 부담이 줄더라도 장기적으로 신제품 홍보 기회가 줄어들고, 파견직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