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전 ‘난항’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전 ‘난항’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7.08.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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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확보·경영 관여 등 우려 협상 '제자리'…日 정부 입김 작용 한 듯

▲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사업 인수가 진전 없이 두 달을 넘기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도시바의 경영권 관여와 기술의 외부 유출을 우려한 일본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3일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쓰나카와 사토시(綱川 智) 도시바 사장은 지난 10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국 연합 외에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폭스콘(홍하이 정밀공업)과도 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쓰나카와 사장의 발언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도시바는 지난 6월 21일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반도체 사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미·일 연합은 베인캐피털 외에도 SK하이닉스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당시만 해도 매각은 순조로워 보였다.

도시바는 주주총회 이전에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일정표가 언론 등에서 제시했다.

이는 도시바가 내년 3월 전까지 원자력발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으로 언론은 풀이했다.

하지만 거의 두 달이 다 되도록 매각 계약은 체결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협상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상의 걸림돌은 SK하이닉스가 융자와 전환사채(CB)로 자금을 대겠다고 한 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을 확보해 경영에 관여하고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전환사채란 발행할 땐 회사채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바뀌는 금융상품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전환사채를 사들이면 당장은 채권자의 지위이지만 나중에 이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도시바 주주가 된다.

업계는 매각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 일본 정부의 입김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술 유출 가능성 차단 등을 앞세워 너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거기에 맞는 협상 파트너만 찾고 있다는 것 이유에서다.

일본 언론에서도 정부 개입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매각에 일본 정부가 수시로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하며 홍하이에 매각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일본 기업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도 관여했다는 것이다.

쓰나카와 사장은 또 지난 10일 "독점금지법 심사를 고려하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도시바 스스로도 이미 협상 지연에 따른 매각 차질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런데도 협상에는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시간에 쫓기고 있는 도시바가 협상이 장기화하도록 놔두고 있는지 의아하다"며 “이는 경영권과 기술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입김이 없이는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이승현 기자 shlee43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