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광장에 국내 첫 '일제 강제징용 노동사장' 건립
용산역 광장에 국내 첫 '일제 강제징용 노동사장' 건립
  • 이준철 기자
  • 승인 2017.08.1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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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 잊지 않을 것"… 애초 제막 계획 전 정부 반대로 연기
▲ 12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99)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제의 강제 동원을 고발하고 당시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의 한을 풀기 위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서울 용산역에 세워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12일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서울 제막식'을 열고 노동자상을 공개했다.

동상은 강제징용 노동자가 한 손에 곡괭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어딘가를 바라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

곡괭이는 탄광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린 이들의 고통을, 오른쪽 어깨에 앉은 새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상징한다.

단상까지 높이 2m10㎝ 크기인 동상 주변은 강제징용에 관해 설명하는 글이 새겨진 4개의 기둥이 둘러싸고 있다.

일제 강점기 용산역은 강제 징집된 조선인이 집결됐던 곳이다.

추진위는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이곳 용산역에 끌려와 일본 국내는 물론, 사할린, 남양군도, 쿠릴열도 등 광산, 군수공장에 끌려가 착취당했다"며 "마지막으로 고향땅을 떠나던 용산역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자 한다"고 동상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제막식 인사말에서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역사를 우리 손으로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라며 "전범국 일제의 실체를 널리 알려 이제라도 일본 정부의 공식 인정과 사죄를 받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선배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이렇게나마 조국 땅 하늘 아래에 조선인 노동자들의 영령을 모실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일제 식민지 시절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작은 실천에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부인과 함께 제막식을 찾은 강제징용 피해자 김한수(99) 씨는 "왜 일본은 사죄가 없는 것인지, 왜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대가를 청구하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인지, 혹시 (피해자들이) 죽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영원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젊은이들은 조국이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머리에 새기면서 살아가달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강제징용 노동자를 기리기 위한 동상이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용산역 광장의 노동자상은 애초 올해 3월 1일 세워질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부지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 연기됐다가 이번에 제막식이 열린 것이다.

제막식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영길 의원, 양대 노총 조합원과 일반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신아일보] 이준철 기자 jc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