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IOC 위원' 전격사퇴 왜?… 韓스포츠 외교 '흔들'
이건희 'IOC 위원' 전격사퇴 왜?… 韓스포츠 외교 '흔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8.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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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일가의 요청… "오랜 병환으로 활동 불가능 했을 듯"
이재용 재판 영향 분석도… 한국 스포츠외교력 약화 우려
▲ 지난 2011년 7월 6일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회장이 평창 유치위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자크로게 IOC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재임 21년만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IOC는 11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서 이 회장이 IOC 위원직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IOC에 따르면 이 회장을 IOC 위원으로 간주하지 말아달라고 삼성그룹 일가가 먼저 요청했고, IOC는 이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는 사실상 그룹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가족이 내린 결정으로 추측되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에 대해 삼성 측은 12일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1996년 제105차 IOC 총회에서 IOC 위원으로 뽑혀 지금껏 위원직을 유지해왔다. 1997년에는 문화위원회(Cultural), 1998년부터 1999년까지는 재정위원회(Finance)에서 활동했다.

IOC 위원의 임기는 8년이지만, 1999년 이전에 선출된 IOC 위원의 경우 정년이 80세까지다. 그러나 정년이 남아 있어도 재심사가 8년마다 이뤄져 위원직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경우 정년인 80세까지는 아직 5년이나 남아 있는데다 최근 3년 이상 이어진 와병으로 위원으로서의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에도 IOC측에서 먼저 사퇴를 요청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오랜 병환으로 더이상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났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나 최근 그룹 상황 등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유가 어찌됐든 이 회장의 IOC위원 사퇴는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IOC 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 IOC의 각종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그만큼 국제 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국제 스포츠 기여 정도를 감안해 한국 위원 숫자를 3명으로 늘리는 게 어떤가"라며 의견을 물은 바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IOC 내에서도 거물급 인사였던 이 회장의 사퇴는 결국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육계 역시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가 곧 한국 스포츠 외교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스포츠 외교를 담당할 후임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 역시 크다 보니 스포츠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큰 과제가 생긴 셈이다.

한편 이 회장의 사퇴로 한국의 IOC 위원은 유승민 선수위원 1명만 남게 됐다. 선수위원의 임기는 8년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