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1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박 본부장은 지난 7일 임명이 발표됐으나 '황우석 사태'에 깊이 연루된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과학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박 본부장의 사퇴는 문재인 정부가 정식으로 임명한 주요 고위 인사 중 첫 사례다.
또 공직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번째이다.
박 본부장은 이날 사퇴의 글을 통해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드린 점을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렵게 만들어진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서 과학기술인의 열망을 실현시켜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자신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그는 자신이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적극 가담자로 표현된 것에 대해선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이 제 임기(청와대 정보과학기술비서관 재직)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혹은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이어 "임기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삶의 가치조차 영원히 빼앗기는 사람은 정부 관료 중 아마도 저에게 씌워지는 굴레가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대 교수 출신인 박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데 이어 2004년 1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맡으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또 보좌관 재직 당시 실제 연구 기여 없이 황 전 교수가 2004년 낸 사이언스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점, 황 전 교수로부터 전공과 무관한 연구과제 2개를 위탁받으면서 정부지원금 2억5000만 원을 받은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이에 과학기술인단체들과 시민단체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야당 등은 박 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상당수도 청와대에 부정적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본부장의 사퇴로 현 정부 들어 정부 연구개발(R&D) 정책 집행 컨트롤타워로 만들어진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본격 가동은 후임 본부장이 정해질 때까지 늦어질 전망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