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지구와 관성, 그리고 공직자
[독자투고] 지구와 관성, 그리고 공직자
  • 김명호 기자
  • 승인 2017.08.10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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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 송내동행정복지센터 윤수정 주무관

 
긴 것은 기차고 기차가 빨라서 연상케 되는 비행기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라는, 선망마저 품은 노래가 있다. 이 비행기는 얼마나 빠른 걸까. 여객기의 속도는 통상적으로 700~800km/h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일곱 배 이상이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이보다 이동속도가 더 빠른 것이 있을까?

여객기보다 더 빠른 전투기라고 대답하고 싶다면, 유감스럽게도 틀렸다. 지구에서 그 어떤 물체보다 빠른 것은 재미있게도 지구다. 지구의 자전속도는 1,667km/h에 육박하며, 심지어 그 지구의 공전속도107,301km/h이다. 상상하기도 힘들다. 참고로 지구의 반지름은 6,378km이다.

갑자기 물리를 공부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속도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왜 그 속도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싶다. 우리가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에는 집단 전체의 방향과 속도를 깨닫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타성(惰性)에 젖지 말라.”는 말이 있다. ‘타성’이란 어떤 속도에 익숙해져 계속 같은 속도로 움직이려고 하는 성질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 ‘관성’과 완전히 같은 말이다. 또한 공직에서 일하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단어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같은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은 해당분야에 능숙할 기회가 되겠지만, 그 이면에는 타성이라는 놈이 그림자처럼 따르기가 쉽다. 별 것 아니라고 타성이 당연시되었을 때 이는 결국 적폐(積弊)라는 형태로 결집되고, 조직은 물론 나아가 국가 전체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적법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반복해서 일을 처리하거나 좋은 선례를 따르는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은 굳이 상설(詳說)하지 않겠다.

어떤 일을 처리하는 근거로 “남들도 그렇게 했으니까, 예전부터 그래 왔으니까. 원래 그런 거니까.”밖에 대답하지 못하는 무도(無道)한 것들을 이름이다.

안하던 것을 하려면 사람은 누구나 불편하다. 회식자리에서 술잔을 돌려 마시는 것을 거절하는 후배는 불편하다. 부정청탁금지법 이후 그저 작은 마음의 정성까지도 불법이 된 것이 못마땅하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선배가 했던 기획안을 그대로 베끼지 않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다 좋을 것을 도대체 왜 이러나 싶을 수도 있겠다. 어디 이런 흔한 사례뿐이겠는가.

하지만,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안락함’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에 가깝다. 부드럽고 따뜻한 이불 속 편안함을 매일 아침 박차고 나오듯이 매 순간 버려야 할 것을 과감히 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들 한다. 누군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고달프게 일하는 공직자들을 마주해 왔다. 주어진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자 아등바등하고, 벅찬 업무에 잠 못 들기도 하며, 사람에게 마음 다쳐 앓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플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가지 욕심을 더 부려본다. ‘아프게 성찰하고 부단히 변화하는 용기’가 공직자(公職者)를 상징하는 특성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눈을 감고 가만히 지구의 속도를 느껴보자. 내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동두천시 송내동행정복지센터 윤수정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