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거부한 박기영, 황우석 사태엔 '11년'만에 사과
사퇴 거부한 박기영, 황우석 사태엔 '11년'만에 사과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8.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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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당시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 안겨줬다… 일로써 보답하겠다"

▲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년 만에 과거 전국을 절망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사태(줄기세포 복제 연구결과 조작)'와 관련 고개를 숙였다.

박 본부장은 10일 오후 서울 강남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를 통해 "황우석 박사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줬다"며 "과학기술인들에게도 큰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신중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매 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직했고, 2004년 황우석 교수 논문에 아무 기여 없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2006년 초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연구부정행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박 본부장은 보좌관직에서 사임했으나 어떠한 사과를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사태에 대한 박 본부장의 사과는 11년 만에 이뤄진 셈이다.

박 본부장의 황우석 사태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 본부장은 자신의 전공인 식물분자생물학과 관련이 없는 과제 2건(사회적 영향평가 및 윤리적 고찰)의 명목으로 황 전 교수에게 2억5000만원의 지원비를 받아 여론의 공분을 자초했다.

그래선지 박 본부장에 대한 과학계와 정치권 등의 사퇴 촉구가 상당하다. 이러한 박 본부장 경력을 비춰볼 때 국민 혈세 20조원이 투입되는 국가 R&D(연구·개발) 사업 예산 심의 권한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직은 적절치 않다는 게 과학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사퇴의 뜻이 없음을 못박았다. 그는 간담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본부장으로 돌아와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부담을 느낀다"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의 추가 질문이 존재했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눈물을 흘리는 듯한 행동을 보일 뿐 어떠한 질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한 잘못을 얘기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본부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함으로서 야권으로부터 거센 질타가 예상된다. 앞서 야권은 박 본부장 임명에 강한 부정을 드러냈다. 여권 성향의 정의당도 박 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