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국가에 외면당한 北, 미국과 '말의 전쟁'
아세안 국가에 외면당한 北, 미국과 '말의 전쟁'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8.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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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의장성명 수정 시도도 않고 돌아서
북미 신경전 이달 UFG까지 이어질 듯
▲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8일(현지시간) 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리는 아세안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닐라 시내 숙소를 나서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북한이 역내에서 유일하게 참석하는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아세안 국가들에 외면당하자 외교전 대신 미국과의 '말의 전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들은 8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심각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시했다. 또 북한을 향해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즉각적인 준수를 촉구했다.

지난해 성명 문구인 '우려'가 '엄중한 우려'로 '안보리 결의 준수'는 '즉각 준수'로 격상됐다.

핵개발 정당성을 피력한 북한 입장은 단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의장성명을 수정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 리 외무상은 출국일도 미뤄가며 의장성명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대표단 성명'을 배포하고 "조선반도(한반도) 긴장격화의 본질을 심히 왜곡하는 미국과 몇몇 추종국들의 주장이 반영됐다"고 반발했다.

특히 비슷한 시각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과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해당 성명에서 '전면전쟁 대응' '괌도 포위사격' 등 군사적 행동을 위협하며 한반도 긴장을 한껏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지 수시간 만의 반응이었다.

이 같은 북한과 미국의 대치는 ARF에서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 절정으로 오른 가운데 벌어진 것으로, 양측 모두 브레이크 없이 가속페달을 밟으며 한반도 상황이 사상 초유의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북한의 움직임을 두고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해 압박하는 데다 유일하게 참여하는 ARF에서마저도 외면당하며 국제적 고립이 확인되자 반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성명을 통해 미국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의 반응을 탐색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 미국과 북한의 전면 대치는 '말의 전쟁'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달 하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나온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상대방의 전략적 의도에 대한 작은 충돌이 한반도를 더 위기로 몰고 갈 수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