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으로 치닫는 북미… 文 정부 운전석 뺏기나
극으로 치닫는 북미… 文 정부 운전석 뺏기나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8.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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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화염과 분노 직면할 것"… 北 "괌도 포위사격 검토"
'주도' 점점 어려워져… 정부 "담담하게 호응 기다릴 수밖에"
▲ (사진=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향해 '전쟁' '불바다'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름 휴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뉴저지 주(州)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기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에 북한도 즉각 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내고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 전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북한은 또 미사일 전력을 책임지는 전략군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앤더슨공군 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이 '말 대 말'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높이면서 "운전석에 앉아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성은 점점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석달 동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총 7차례에 달했다.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금지선)에 거의 다다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발사대 추가 배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통상 1년 정도 소요되는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사실상 연내 배치가 어려울 것이라던 사드의 운명이 갑자기 뒤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도 중대한 안보사안을 두고 뚜렷한 노선을 설정하지 못하면서 안보 불안감이 더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문제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지만 북한의 잇따른 도발 이후 급속히 제재강화 기조로 기운 상태다.

이래저래 우리 정부로서는 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대화'와 '제재' 병행이라는 투트랙 기조는 변하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며 "관계 복원을 위한 회담을 제시했고, 담담하게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