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박지만 기수'… 뜨는 '광주일고'
저무는 '박지만 기수'… 뜨는 '광주일고'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8.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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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 땐 의기양양했던 '육사 37기',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 '몰락'
정부 요직 차지한 광주일고… 文 대통령의 '호남 챙기기' 결정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에서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과 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육군사관학교 37기'가 저물고 '광주제일고등학교 출신'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형세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8일 군 대장급 주요보직 인선을 단행하면서 드러났다.

정부의 군 대장급 인선을 살펴보면 육군참모총장에 육사 39기 출신인 김용우 합동참모 전략기획본부장이 내정됐다. 김 신임 육군총장 인선에 군 안팎에선 다양한 후문이 나온다. 그중 이번 인선이 파격 인선이라느 게 중론이다. 직전 총장인 장준규 대장은 육사 36기다. 총장 인선과 관련 1개 기수를 거른 전례가 있으나 2개 기수를 건너뛰고 인선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군의 전언이다.

육군 야전사령관 인선도 그렇다. 육사 출신이 아닌 3사관학교와 학군단 출신이 약진했기 때문이다. 1군사령관에는 3사 17기 박종진 3군사령부 부사령관이 임명됐다. 2작전사령관에는 학군단 21기 박한기 8군단장이 임명됐다. 3군사령관에만 육사 40기 출신 김용우 2군단장이 임명됐다.

육사 39기 총장과 40기 야전사령관의 인선으로 이들의 선배기수인 육사 37기와 38기는 자연스럽게 옷을 벗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육사 37기'다. 이 기수는 군 내부에서 이른바 '박지만 기수'로 불린다. 이 기수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속해 있기 때문이다.

'박지만 기수'인 육사 37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엄청난 수혜를 입었다. 대장 3명과 중장 8명이 배출된 것이다. 군 관례상 일반적으로 기수별 대장은 1~2명이 배출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야전사령관 세 자리는 육사 37기가 독점하기도 했다. 김영식 1군사령관과 박찬주 2작전사령관, 엄기학 3군사령관이 육사 37기 출신이다.

박지만 기수가 몰락한 데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불명예 퇴진을 한 점과 육사 37기 출신인 박 사령관의 '공관병 갑질 논란'이 한 몫 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군에서 의전서열이 가장 높은 합동참모의장에는 공군 출신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 그동안 합참의장은 육군이 독식했던 자리로 정평이 났다. 공군 출신이 합참의장에 내정된 것은 처음이다.

반면 광주제일고 출신들은 기지개를 켰다. 현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 직책에 발탁된 광주일고 출신은 5명이다. 이번에 임명된 김 신임 총장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를 방증한다.

이 총리는 광주일고 45회 출신이고 김 부총리는 이 총리보다 2년 선배인 43회 출신이다. 또 문 총장은 55회 출신이며 김 신임 총장은 문 총장의 1년 선배인 54회 출신이다. 국무총리와 부총리, 검찰총장, 육군참모총장이 동시에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점은 역대 정부 들어서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