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가슴깊이 사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고개 숙여
文대통령 "가슴깊이 사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고개 숙여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8.08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면담… 6년만의 정부 대표 사과
"그동안 피해 예방 못했고 적극적으로 대처 못했다"
"특별구제 재원 확대 추진… 법률개정 국회에 요청"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이은영 '너나우리' 공동대표를 만나 따뜻하게 위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가족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사과한 뒤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시작된 1994년부터 23년만에, 피해를 인지한 정부가 판매를 금지한 2011년 11월 이후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아이, 가족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거꾸로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앗아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부모님이 느꼈을 고통과 자책감, 억울함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절규하는 부모님들을 봤다"며 "어떤 위로도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막막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부모님들, 건강을 잃고 힘겨운 삶을 사는 피해자들, 함께 고통을 겪는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언급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동안 피해 어린이인 임성준 군이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고 '전국 가습기살균제 문제해결 연합회' 백현정 공동대표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 발생 후에도 피해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과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인 법리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고 또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환경부가 중심이 돼서 피해자 여러분의 의견을 다시 듣고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특별구제 계정에 일정 부분 정부예산을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특별구제 계정에 일정 부분 정부예산을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에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다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재발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이 더는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의 면담에서 울먹이는 피해자 조순미 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14살 임성준 군과 유가족연대 권은진 대표 등 피해자 가족 대표 15명이 참석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배석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