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힘들지만 감내해야 할 시간들
[데스크 칼럼] 힘들지만 감내해야 할 시간들
  • 신아일보
  • 승인 2017.08.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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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오 경제부장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신기한 것은 ‘절기’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자연의 섭리지만 변화무쌍한 기후변화 속에서도 때가 되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계절에 감탄하는 것이다.

연일 맹위를 떨치던 폭염도 입추가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삼복더위의 마지막자락인 말복이 남았지만 이미 절기상 가을이 시작된 것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특검으로부터 12년 징역을 구형받았다. 이미 중형이 내려질 것이란 예상이 대다수였지만 생각보다 강도 높은 특검의 단죄 의지에 놀랐다. 아직 특검의 구형일 뿐이지만 삼성 측으로서는 뼈아픈 자숙의 시간을 감내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그룹이고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의 실질적 오너의 중형구형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죄를 미워하고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이 부회장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범죄가 한국경제에 이바지한 삼성의 공로로도 다 갚지 못하고 12년 징역이라는 구형을 초래하는 범죄였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삼성의 범법행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병철 회장 시절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이건희 회장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횡령·조세포탈 혐의로 2008년 징역 7년과 벌금 3500억 원을 구형받았다. 이후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이 선고됐다.

특검은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정한 평가와 처벌만이 국격을 높이고 경제성장과 국민화합의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부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보이며 “모든 게 제 탓”이라면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오는 25일 1심 선고심에서 운명이 결정질 예정이다.

한때 ‘비정상의 정상화’가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국정농단의 대명사가 된 박근혜 정부 때였다. 당시에는 비정상과 정상이 무엇인지 구별하기가 애매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지는 행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은 철저한 반성 없이 진영의 논리로 비약되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다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동안 퇴행했던 민주화나 시대정신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잘 못된 것을 바로잡는 대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과정이 힘들고 고단해도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몫이다.

이 부회장의 선고심이 어떤 수준에서 결정될지 미지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난 과오에 대한 적절한 단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재벌총수들이 재판정에 서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 대부분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특정 기업에게 제공되던 특혜가 계속 이어지면서 가져온 폐단이다. 그들에게 너무 익숙한 비즈니스 방식이었고 역대 정권에서도 ‘이쯤이야’하는 안일한 사고가 빚어낸 일탈이었다.

오는 11일은 말복이다. 동장군이 언제쯤 돌아올 수 있는지 염탐꾼을 보내는 날이며, 하장군은 아직 멀었다며 더 강렬한 더위를 뽐내는 날이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대로 며칠 뒤엔 더위가 지쳐 떨어진다.

이번 사건은 이 부회장 개인이나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큰 소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잘못 된 것을 바로 잡아야 다시 출발할 수 있다.

/한상오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