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군(軍)이 국민을 걱정해야지, 국민이 군(軍)을 걱정해서야
[신아세평] 군(軍)이 국민을 걱정해야지, 국민이 군(軍)을 걱정해서야
  • 신아일보
  • 승인 2017.08.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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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시장경제포럼 대표(정치학박사)
 

남자라면 누구나 3번 이상 읽어 보아야 한다는 소설 삼국지에 보면, 촉한의 장수 장비(張飛)의 허무한 죽음 이야기가 나온다.

장비는 유비·관우와 함께 도원결의를 맺고 촉한을 세우는데 1등공신이 되었지만, 의형인 관우의 원수를 갚고자 일으킨 전쟁터에서 술에 취해 애꿎은 부하들에게 매질을 한 결과 어이없게도 부하들의 손에 죽음을 당하고 만다.

장판교에서 홀로 말에 올라 조조의 백만 대군을 호통 한방에 물리친 천하 맹장이 부하들을 아끼고 사랑하지 못한 결과가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 만들고 전쟁에서 패망의 길로 이끄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최근 4성 장군인 박찬주 2군 사령관이 공관에 배치된 사병들에게 갑질을 하였다는 뉴스가 언론 지면을 장식하였다.

박 사령관은 공관병에게 이르기를 자기 부인을 여단장급(준장)으로 대하라는 어이없는 말을 하는가하면, 한술 더 뜬 그 부인은 속 옷 빨래까지 시키고 언제든지 호출을 할 수 있도록 공관병 손에 전자팔찌까지 채웠다고 한다.

더욱 기절초풍할 노릇은 이러한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공관병은 고생이나 실컷 하라고 전방으로 전출을 보낸 적도 있다하고, 어떤 공관병은 이에 시달리다 자살을 기도했다고까지 한다.

이러한 사람이 대한민국 군의 최고 지휘관 중 한 명이라니 만일 전쟁이라도 난다면 그 부하들 중에 적군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 장군부터 해치우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장비의 허무한 죽음이 남 애기가 아니다.

6·25 전쟁 이후 우리 군은 남북대치라는 특수 상황 속에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다. 특히 장교들은 잦은 근무지 이동으로 인해 갓 임관한 소위에서 장군이 되기까지 적어도 10번 이상 짐을 싸야 했기에 자식 교육도 고충이 많았을테고, 심지어는 부부관계도 애로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군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다소 군인에게 주는 특혜도 눈 감아 주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군은 이러한 국민들의 애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방산비리에 연루되는 장교, 진급 심사에 뇌물을 받는 장교, 군 공사에 편의를 봐주고 민간인에게 뇌물을 받는 장교, 부하들을 노예 취급하는 장교들을 방치하였다. 싸우면 이기는 군대를 만든 것이 아니라, 사기를 꺾고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군대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 군의 진급 제도가 한 몫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른다. 우리 군의 진급 제도는 진급심사에 필요한 각종 객관적인 데이터 보다 지휘관 평정을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투력 평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각종 측정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도 상급자의 평정이 나쁘면 진급에서 탈락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상급자의 말은 아무리 불합리해도 따라야 하고, 그런 관습을 이어가기 위해서 끼리끼리 문화도 형성되어 왔다. 과거 하나회나 알자회도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방산비리 역시 그러한 끼리끼리 문화 속에서 가능한 조직적 범죄로 발전한 것이다. 반국가 사범으로써 이적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스리슬쩍 눈감아주고 심지어 군 요직으로 재등장하는 사태가 지금의 우리 군을 만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군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군을 걱정하는 이 사태를 보면서, “이게 나라냐!”하는 절규가 절로 나온다.

/이경수 시장경제포럼 대표(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