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건' 없는 이재용 재판… 증거능력이 관건
'스모킹건' 없는 이재용 재판… 증거능력이 관건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8.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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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정유라 증언·靑 캐비닛 두고 해석 '분분'
법원의 증명력 인정·신빙성 판단 여부 결과 좌우할 듯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의 끝이 보이고 있다.

지난 4개월간 53회에 걸쳐 이어온 이 부회장의 재판은 7일 결심 공판을 끝내고 이제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특검팀의 처음 주장과 달리 핵심 인물들이 증언을 거부하고 진술을 바꾸면서 결국 이재용 재판은 '핵심 증거' 없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당초 특검 측은 '결정적 증인'이라고 강조하며 몇몇 증인을 내세웠다.

먼저 특검팀은 핵심 증인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법정으로 불렀다. 그는 이른바 '안종범 수첩'으로 불리는 수첩을 작성한 인물이다.

일자별로 정리된 이 수첩엔 '엘리엇 방어 대책', '동계스포츠 선수 양성, 메달리스트', '금융지주, 삼성 바이오로직스, 재단, 승마, 빙상' 등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당시 특검이 제시한 안종범 수첩 10여페이지는 '최순실·정유라·삼성 경영권 승계'라는 단어가 적혀 있지 않았다.

또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정유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수첩에 적혀 있지 않은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내용,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특정 기업을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 등 삼성 측에 유리한 증언들도 내놨다.

이후 삼성 측에서 승마 지원을 받은 당사자인 최씨 딸 정유라씨가 재판에 '깜짝 출석'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에서 정씨는 "삼성이 사준 말을 두고 어머니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에게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지니까 말의 이름을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 등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다만, 정씨도 "혼자만 지원받게 돼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지원한다고 들었다"는 등 삼성에 유리한 증언을 일부 내놨다.

막판 재판의 주요 변수로 급부상했던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 작성자 역시 증인으로 출석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한 이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며 삼성이 국가 경제 기여할 방안 모색' 등의 내용이 기재돼있다.

이에 특검은 이를 작성한 현직 검사인 이영상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전 선임행정관은 법정에서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으로부터 받은 지시 취지는 '삼성에 대해 파악해보라'는 것이었고 그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와병중이라는 언론사 기사들이 많이 나와 승계를 위주로 삼성 현안을 파악해 보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특검 측이 내세운 핵심 증인들은 기대와 달리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마지막까지 양측은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의 해석을 내놓으면서 첨예하게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재판부가 어느 쪽 답변이 더 신빙성 있는지, 증거로 뒷받침할지가 최종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