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56분간 통화… "한반도 전쟁 용인 못 해"
한미 정상 56분간 통화… "한반도 전쟁 용인 못 해"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8.0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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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복귀 후 첫 공식일정… 트럼프, 휴가 중 통화 응해
'대북 선제타격' 등 美조야 발언 의식한 듯… 직접 언급 없어
대북공조 견고 재확인… FTA 개정협상 한미 정상간 '온도차'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전(한국시간)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에 잇따른 도발에 따른 후속조치 등을 논의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58분부터 8시54분까지 56분간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이 전화통화를 한 것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5월10일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지난달 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동 이후 32일 만의 대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휴가 복귀 후 첫 공식일정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로 잡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휴가를 즐기던 중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양 정상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 발사로 고조된 한반도 안보 위기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이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의 잇단 ICBM급 도발에 대한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한미 양국의 공조 및 대응방안을 중점 협의했다.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 핵문제를 궁극적으로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조야에서 제기된 '대북 선제타격론' 또는 '예방적 전쟁' 등의 주장을 의식한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통화에서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선제타격론'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해보셨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해야지. 지금은 대화할 국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북한에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되, 이는 결국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날 양국 정상의 통화는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국내외에 천명함은 물론 일각에서 제기된 '코리아 패싱' 우려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날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과 관련해서는 온도 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56분간 통화하며 주로 문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으나, FTA 문제만큼은 먼저 말을 꺼내며 개정협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미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며 "막대한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려면 한미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미FTA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 협정이 기존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에 더욱 호혜적 방향으로 발전돼나갈 수 있게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또 이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되도록 빠른 시일 안, 늦어도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로 방한해줄 것을 제의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의를 표하며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