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1.4%' 유력 정치인의 이토록 가벼운 조기등판
[기자수첩] '21.4%' 유력 정치인의 이토록 가벼운 조기등판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8.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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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선에서 패배한 지 3개월도 안 된 시점에다 '제보조작 사건'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제보조작 사건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다.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지 불과 22일 만이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자숙을 끝내고 '당을 구하겠다'며 전면전에 나선 안 전 대표에게 그동안 뭘 내려놓고 무슨 책임을 지었다는 것인지 도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의종군'은 과한 기대였을까.

그는 "저의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출마를 정당화하려는 강변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국민의당을 '안철수당'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에서 패배한 것만으로도 상당 기간 성찰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겠냐는 비아냥이 들린다. 지난 대선에서 비록 3위지만 21.4%를 득표한 유력 정치인의 처신치고는 너무도 가볍다는 비판도 들린다.

특히 그는 민주주의와 선거의 기반을 뒤흔든 '제보조작 사건'의 중심에 있다.

당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을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군다나 국민의당은 '새 정치'를 기반으로 창당한 당이 아닌가.

당시 대선후보 였던 그는 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안철수 정계은퇴론'까지 제기됐을 정도다.

안 전 대표 본인은 제보 조작 사건에서 무혐의가 됐으나 그 측근은 줄줄이 구속돼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당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책임진 사람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충분한 설명이나 설득 없이 '당의 생존'을 강조하며 당 대표를 맡겠다니.

"책임정치의 실현과 당의 회생을 위해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는 당내 의원 12명의 성명이 훨씬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등판할 때 나온 구호 '안철수식 새 정치'는 구태에 신물이 난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지금 '안철수식 새 정치'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우유부단 태도와 말바꾸기, 모호한 정체성만이 남았다.

당의 생존을 외치는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정작 당은 두 동강 나기 직전이다.

안 전 대표는 당을 구하기보다는 자신의 등판에 들끓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