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업계, 끓는 물 속 개구리 신세
[기자수첩] 건설업계, 끓는 물 속 개구리 신세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8.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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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고 있는 물 속에 빠진 개구리는 뛰쳐나와 살 수 있지만, 서서히 끓어 오르는 미지근한 물 속 개구리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새 정부가 이와 비슷한 충격 요법을 건설업계에 적용하려는 모양이다. 정부는 출범과 함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전면 중단했고, 주택시장 규제의 강도를 높였다. 여기에 SOC 예산 축소와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재정사업 전환까지 출범 2개월여만에 굵직한 펀치를 여러방 날렸다.

끓는 물 속에 건설사들을 던져 넣은 것까진 아니더라도, 건설사들이 몸 담그고 있는 미지근한 물을 빠르게 끓이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건설업계를 죽이겠다고 나선 것은 분명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탈원전 정책과 주거안정화, 교통의 공공성 강화 등의 공약을 추진함에 있어 건설업 활성화를 통한 간접적 효과를 기대하기 보단 직접적 조치에 집중하면서 건설사들은 별안간 끓는 물 속 개구리가 돼버렸다.

그렇다면 건설업계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며,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정부는 지난달 열린 건설업계 최대 행사인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이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의 축사는 "그 동안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한 만큼 건설업도 변해야 한다. 정부는 기존 사업 지키기가 아닌 변화 시도를 지원하겠다"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끓기 시작한 물에서 죽기 전에 뛰쳐 나가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안팎으로 서운함을 내비치던 건설업계는 이제 반발 모드로 수위를 한층 높였다. 갑작스런 변화 요구가 버겁기도 하고, 한 순간 찬밥신세가 된 것이 기분 나쁘다는 표현이다. 한편으론 '이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냄비의 깊이다. 개구리가 살아남길 바란다면, 뜨거움을 느끼고 뛰쳐 나올 수 있을 만한 깊이인가를 봐야한다. 건설업계의 자구노력만 요구하기엔 냄비의 깊이가 너무 깊다. 점프력을 키우기에도 물이 너무 빨리 끓어 시간이 부족하다.

앞으로의 관건은 불을 지피기 시작한 정부가 어떤 식으로 건설업계의 냄비 속 탈출을 도울 수 있느냐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