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아베 긴급통화에 '韓 소외론' 고개 드는 까닭
트럼프·아베 긴급통화에 '韓 소외론' 고개 드는 까닭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8.01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수野 "대통령의 여유로운 모습에 국민은 어안이 벙벙할 뿐"
文 대통령의 안보관, '美·日 정상'과 거리감 만들었다는 후문

▲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따른 한반도 위기감이 팽창한 가운데 '한국 소외론'까지 고개를 든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도발에 대해 지난달 31일 전화 통화로 신속한 논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미일 정상들과의 통화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한미일 정상간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나자 정치권에선 다양한 후문이 돌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대북 평화 정책인 '베를린 선언'은 수포로 돌아간 반면, 미국과 일본 두 정부가 대북 압박을 주도하는 그림이 그려졌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당신이 말한 대로 됐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미사일 개발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또 미일 정상의 전화는 총 52분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통화 시간 모두 북한의 대북 제재에 중점을 둔 논의에 활용했다. 미국 정부 측은 두 정상의 통화 후 "두 정상은 북한이 미국과 일본, 한국, 그리고 가까운 나라들에게 직접걱 위협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다른 나라들이 동참하도록 설득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일 정상이 통화를 이용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자 야권에서는 한반도 안보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패싱'이 시작된 것 아니냐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정용기 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도발 대응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52분간 통화를 했다"며 "아베 총리는 우리 외교부를 통해 정상 간 통화를 요청했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시간을 조율 중이라며 통화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정 원내수석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스스로가 코리안 패싱을 자초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오늘 청와대는 대통령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강원도 오대산을 방문한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임에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여유로운 모습에 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재차 꼬집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52분간 전화통화를 했는데 문 대통령과의 통화는 없었다"며 "코리아 패싱의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순진하게 대화로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이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이라며 "베를린 구상은 재검토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베를린 구상 때문에 미일 정상으로부터 소외된 것 아니냐는 후문도 있다. 실제 미일 측은 북한을 향해 강경한 압박 정책에 한목소리를 내는 반면 문 대통령은 평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일 정상들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정상들의 대북관이 온도차를 보이지 않나"라면서 "대북관이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모으려고 하다보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한미일 대북관이 일치하지 않음을 설명했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