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인물 휘젓는 메기에 콧대 꺾인 은행권
[기자수첩] 고인물 휘젓는 메기에 콧대 꺾인 은행권
  • 이한별 기자
  • 승인 2017.07.3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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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이 우리를 만들었다. 하나의 앱(어플리케이션)에 모든 기능을 담았으며 공인인증서를 없앴다"

이용구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한 말처럼 카카오뱅크는 편리함을 무기로 기존 은행권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또 파격적인 송금 수수료를 내걸고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며 이목을 집중 시켰다. 올해 말까지 이체·ATM·알림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며 해외 송금 수수료는 시중 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내린 것이다.

이에 질세라 콧대 높은 은행권도 잇따라 각종 수수료를 인하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해외송금 수수료를 인하하고 소액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 등을 출시하며 대응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은행에서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며 앱 또한 여러개로 나눠져 있어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직접 은행에 방문해 인터넷뱅킹을 신청한 후 보안카드 등을 지급 받아야한다. 또 액티브엑스(Active X) 등을 설치하는 등 고통에 가까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앱 또한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는 하나의 앱에 입·출금, 대출 등의 기능을 담은 반면 시중은행들은 10~20여개의 앱을 운영하고 있어 통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중 은행 중에는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공인인증서 없이 비대면 신규계좌(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만드는 계좌) 개설을 가능케 한 모바일 앱 ‘써니뱅크’를 선보였다.

또 여러 개로 흩어져 있던 앱을 하나로 통합하는 모바일 뱅킹 '슈퍼앱(가칭)'을 설계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이 은행권 전반에 확산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태다.

기존 은행권에 대항하듯 편리함을 전면에 내세운 카카오뱅크에 고객들은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30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영업개시 12시간 뒤인 27일 오후 7시 카카오뱅크의 신규 계좌는 18만7000건이었으며 하루 만인 28일 오전 8시에는 30만 계좌를 돌파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82만60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1년간 시중 은행에서 개설된 비대면 계좌(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만드는 계좌) 수 15만5000개의 5배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을 단순한 메기 효과를 넘어 이제는 기존 은행권의 생존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은행권은 타업종에 비해 유난히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비자 요구에 발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고 안일한 행태를 보인다면 결국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신아일보] 이한별 기자 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