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 해저터널 안전문제 도마… 배수펌프 '무용지물'
국내 최장 해저터널 안전문제 도마… 배수펌프 '무용지물'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07.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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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펌프 시설 모두 '미작동'… 기본적인 시설 현황조차 파악 못해

▲ 26일 오전 차량이 통제된 인천 북항터널 청라 쪽 입구 모습. (사진=인천김포고속도로㈜ 홈페이지 CCTV 화면 캡처)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인천~김포 고속도로 북항 터널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터널은 총 20여 만t 규모의 지하수와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배수펌프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최근 집중호우 당시 1주일 가까이 차량 통행이 통제되는 등 침수 피해를 겪었다.

개통 당시 터널의 대형 배수펌프를 최첨단 방재 설비라며 재난·재해 대응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던 홍보가 무색할 정도로 배수 시설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30일 인천김포고속도로㈜에 따르면 북항 터널은 지난 23일 인천에 100mm가량의 기습 폭우가 내리자 사람 허리 높이 정도인 1m가량의 빗물이 차며 침수됐다. 침수 구간은 총 5.5㎞ 길이의 전체 터널 중 가운데 지점 400m가량으로 파악됐다.

올해 3월 개통한 북항 터널은 왕복 6차로로, 인천 북항 바다 밑을 통과하는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다. 인천시 중구 신흥동부터 청라국제도시 직전까지 연결된다.

해저터널의 특성상 바다 밑 지하로 도로가 뚫려 최저심도 59m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육지 쪽으로 올라오는 그릇형 구조다.

이런 구조 때문에 배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터널 내부가 빗물에 잠겨 차량 통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에 도로 운영사 측은 인천항 쪽 터널 입구 지하에 2만여t, 청라국제도시 쪽 터널 입구에 17만t, 터널 한가운데에는 3만4000t의 지하수와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 시설을 설치했다. 3개 배수 시설의 용량을 모두 합치면 총 22만t을 넘는다.

그러나 기습 폭우가 쏟아진 지난 23일 이 터널 지하에 매설된 배수펌프 시설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도로 운영사는 이에 대해 당일 낙뢰 등으로 정전이 됐거나 다른 이유로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주전력이 끊기면 자동으로 공급하게 돼 있는 비상전력도 당일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못했다.

또 도로 운영사 측은 침수 구간을 최초 200m라고 밝혔다가 400m로 정정하고 애초 중앙 배수펌프의 용량이 9000t이라고 했다가 3만t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기본적인 시설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과 금호산업개발주식회사 등 10개 투자사가 세운 인천김포고속도로㈜는 소규모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법인 구성인원이 대표와 전무 등 경영진 2명과 경영관리팀 직원 3명 등 총 5명에 불과해 도로 관리와 통행료 징수 등은 모두 외주업체에 하도급을 줬다.

이처럼 외주업체를 통해 고속도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탓에 침수 등 재난대응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도로 운영사 측은 일단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찾아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로부터 침수 사고 후 감독명령을 받고,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시공사 등과 함께 배수펌프 미작동 원인 등을 조사 중에 있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