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당發 ‘담뱃값 인하’ 논란을 바라보며
[기자수첩] 한국당發 ‘담뱃값 인하’ 논란을 바라보며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7.27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담뱃값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이 평균 4500원인 담뱃값을 2500원으로 인하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촉발된 담뱃값 논란은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 모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담뱃값 인하 논란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정가의 셈법이 얽혀 있다.

겉은 ‘건강증진’이라던가 ‘서민감세’ 등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돼 있지만, 속 안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당시 세수 확보가 목적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결국은 담뱃값을 인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상 직후 담배 판매량은 33억3000만 갑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2016년에는 36억6000만 갑으로, 2014년 소비량의 83.9%까지 판매량이 회복됐다.

또 담뱃세 인상 덕분에 세수는 대폭 증가했다. 실제 2014년에 담뱃값 인상 전에 담배로 인한 세수가 6조 9000억 원에 불과했으나, 담뱃값 인상된 이후에 10조 원이 됐고, 지난해에는 12조원까지 세수가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렇지만 이 증가한 세원이 당초 박근혜정부가 밝혔던 것처럼 ‘국민건강 증진’에 쓰엿다는 정황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새 정부 들어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은 이제는 “서민들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며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담뱃세 인하에 이어 유류세 인하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주장하는 ‘서민감세’ 추진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초고소득층 증세’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정부·여당의 증세 드라이브에 맞서 정부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담뱃값 인하 카드를 꺼내 들어 전반적인 증세 논의 자체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담뱃값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액은 5조 원가량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이 제안한 유류세 절반 인하로는 세수가 7조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여당의 소득세·법인세율 인상안(추가 세수 3조8000억 원)을 상쇄하는 12조2000억 원 규모다. 여당 측이 “증세 효과를 어떻게든 깎아보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초대기업·초고소득자에 한정된 여권의 증세논의를 의도적으로 ‘부자증세’라고 명명해 범위를 넓혀놓고, 이를 자신들의 ‘서민감세’와 대조하려는 한국당의 작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듯 보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만 해도 담뱃값 인하를 지지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진솔한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지 못한 한국당의 정책이 진심으로 서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은 쉬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담뱃값 인상 당시 크게 반발했던 민주당도 이제 여당이 됐다고 해서 인하를 반대하는 것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 태도다.

세제 개편과 관한 여야의 잇따른 ‘포퓰리즘’ 경쟁이 길어질수록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은 일순간 ‘무관심’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양당은 모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