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시장을 가다-②러시아] K-뷰티, 품질·가성비로 '동토'를 물들여라
[글로벌 화장품시장을 가다-②러시아] K-뷰티, 품질·가성비로 '동토'를 물들여라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7.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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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수입국 8위…14억6000만달러 시장 규모경기침체로 중저가 브랜드 선호…K-뷰티 승산
▲ 토니모리의 크라스노야르스크 매장(좌)과 잇츠스킨의 블라디보스토크 매장(우)

화장품 업계 전반에서 수출 다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화장품 시장은 2015년 기준 14억6000만(약 1조6000억원)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연평균 6~12%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 화장품 수입국가 중 8위(2014년 기준, 점유율 3.3%)로 집계됐다.

러시아에서는 중저가의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뛰어난 품질과 가성비를 갖춘 K-뷰티 제품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 코트라(KOTRA)의 설명이다.

김하민 코트라 러시아 모스크바무역관은 “러시아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며 “이를 바탕으로 K-뷰티의 대(對)러시아 수출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중저가 화장품의 인기가 높은 것은 러시아의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러시아 연방 통계청은 최근 러시아 국민의 실질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세에 있다고 밝혔다. 2016년 말까지 25개월 연속 하락하며 전년 대비 6.1% 줄어들었다.

이에 러시아 소비자들은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를 구매할 때 가격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됐다. 리서치업체 닐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9%가 생필품 구입시 ‘가격’을 최우선 요소로 고려한다고 답할 정도다.

이는 곧 중저가를 표방한 리테일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진출 확대로 이어졌다. K-뷰티 브랜드로는 네이처리퍼블릭과 홀리카홀리카,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 5월 러시아에 첫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단독매장 2개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안으로 3개의 단독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지난해 화장품 수입국가 10위권에 한국이 포함될 정도로 K-뷰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곳이 러시아”라면서 “최근에는 자연성분의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포스트차이나 시장으로 아세안과 함께 러시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15개의 단독 매장과 현지 드럭스토어 5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는 홀리카홀리카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시장을 서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현재 회사는 전체 매출의 약 15~20%를 러시아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홀리카홀리카 관계자는 “러시아는 화장품 제조기술이 떨어지다보니 품질과 가성비가 좋은 K-뷰티 제품이 현지에 많이 알려졌다”며 “최근 K-뷰티가 동유럽에 이어 서유럽에 전파되는데 러시아가 일정부분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3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첫 단독매장을 론칭한 잇츠스킨은 현재 동부 거점도시(블라디보스토크, 울란우데)에 4개 매장을 위탁운영중이다. 모스크바에 자리한 160개 숍인숍은 올해 말까지 21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잇츠스킨 관계자는 “K-뷰티 제품에 대한 러시아 여성들의 관심이 일시적인 트렌드에 머무르지 않도록 지속적인 브랜드 홍보활동을 펼치겠다”며 “러시아와 이어 진출한 폴란드를 거점으로 서유럽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라(Sephora)를 통해 유럽 전역에 론칭한 토니모리도 러시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러시아 로스토프에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39호점까지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편집숍인 일데보떼 전 매장에 입점하는 성과도 보였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대와 뛰어난 제품력을 가진 K-뷰티 제품의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세포라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러시아 일데보떼에서도 토니모리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러시아 보로네즈에 위치한 토니모리 매장을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토니모리)

 

다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에서는 러시아 시장을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에 진출할 여력은 없다”며 “지금은 진출 계획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더페이스샵 4개 매장을 운영중인 LG생활건강 측 관계자도 “러시아는 주력시장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