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갈 길 멀다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갈 길 멀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7.25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시설개선비 최대 1억원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
님비 현상·임대료 축소 문제·현실과 먼 규제 등 난제 많아
▲ (자료사진=연합뉴스)

"국공립어린이집을 들어가려면 임신 때부터 대기 신청을 해야한다고들 해요. 저는 좀 늦게 신청했더니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어서 막상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에요."

서울 강서구에서 5살 아이를 키우는 김지영(36) 씨는 둘째를 낳게 되면 꼭 일찌감치 국공립어린이집 신청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보다 보육비는 저렴하고 나라에서 하는 시설이라 믿을 만하다는 인식도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국의 어린이집 열 곳 중 국공립어린이집은 채 한 곳이 안된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어린이집 4만511곳 중 국공립 시설은 3035곳(7.5%)에 불과했다.

프랑스 85%, 스웨덴 80% 등 국공립이 대부분인 주요 선진국과는 정반대이다.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복지 수요가 높은 만큼 전체 어린이집의 17% 정도가 국공립으로,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편이다.

또, 해마다 200~300곳씩을 꾸준히 늘려 내년까지 국공립 비중을 30% 이상으로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서울시는 아파트 단지 내 관리동에 입주한 민간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공립어린이집 전환에 동의한 아파트단지 시설 개선비를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줘 올해 안에 100곳 이상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아파트 단지 내 관리동에 입주한 어린이집은 모두 493곳이다. 이 중 민간어린이집이 339곳(69%)이고 나머지 154곳이 국공립이다.

관리동 어린이집은 무엇보다 '접근성'과 비용'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학부모들이 집과 가까운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가운데, 아파트 단지내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국공립어린이집을 신축하려면 평균 19억원이 드는데, 관리동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면 3억∼4억원으로 비용이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서울시의 계획에도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교통이 복잡해지고 아이들이 떠들어 소음이 생긴다는 등의 이유로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을 반대하고 나선다.

이른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된다) 현상이라 불리는 지역이기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민간어린이집에서 다달이 임대료를 받아온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관련 법규상 임대료를 내지 않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동 민간어린이집의 월평균 임대료는 140만원 수준이다. 최대 300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그러나 민간어린이집을 공익 목적의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면 노인정처럼 임대료를 받을 수 없다.

서울시가 임대료 보전 차원에서 아파트 시설개선 자금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는 관리소장이나 입주자대표가 쌈짓돈처럼 쓸 수 없어 효과는 미지수다.

관리 주체에서 국공립 전환에 대한 내용을 알지 못해 주민이 먼저 나서 전환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각 구청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어린이집을 1층에 설치하지 못하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인정이 1층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1층 일부를 사용할 경우 2층에서도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와 자치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는 아파트의 가로등·노후 상수도관 등을 우선 정비해주는 등의 정책 수단을 마련해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